달의 그림자부터 사라진 에너지까지…우주를 지켜본 겹겹의 시선[코스모스토리]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

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소개합니다.

지난 한 달 우주 소식의 주인공은 천체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상과 성층권, 지구 궤도와 달 궤도, 그리고 우주망원경들까지, 장면을 잡아낸 '눈'들의 활약이 유난히 도드라진 달이었습니다. 8월의 월간 우·아는 무엇을 봤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봤느냐에 초점을 맞춰 네 장면을 골랐습니다.

개기일식 장면. NASA/빌 인갈스(Bill Ingalls)/조엘 코우스키(Joel Kowsky)개기일식 장면. NASA/빌 인갈스(Bill Ingalls)/조엘 코우스키(Joel Kowsky)

태양이 사라진 저녁, 인류는 겹겹이 눈을 떴다

한국시간 지난 13일 새벽(현지시간 12일 저녁),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스페인의 하늘에서 태양이 사라졌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이 지역을 차례로 지났고, 외곽지역의 유럽과 북미 일부에서는 부분일식이 관측됐습니다. 이번 개기일식은 스페인 본토를 기준으로 1905년 이후 121년 만에 진행돼 더 특별합니다.
이번 일식은 어떻게 관측되었을까요? NASA는 이 짧은 어둠을 잡기 위해 카메라를 고도별로 배치했습니다. 스페인 산미얀 데 로스 카바예로스에서는 NASA 사진가 빌 인갈스(Bill Ingalls)가 해바라기밭 위로 해가 지는 동안 일식의 전 과정을 연속 촬영해 한 장으로 합성했고, 검게 가려진 태양 가장자리로 드러난 코로나와 분홍빛 홍염도 담았습니다. 미국 메인주에서는 또 다른 NASA 사진가 조엘 코우스키(Joel Kowsky)가 부분일식이 진행 중인 태양면을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초속 약 8㎞로 가로지르는 실루엣을 포착했습니다.
WB-57F 성층권 관측 비교 이미지.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시광선, 근적외선, 중적외선, 단파 적외선. NASA/SwRI/윌 애쉬필드(Will Ashfield)WB-57F 성층권 관측 비교 이미지.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시광선, 근적외선, 중적외선, 단파 적외선. NASA/SwRI/윌 애쉬필드(Will Ashfield)
성층권에서도 관측이 이어졌습니다. NASA의 WB-57F 연구용 제트기는 아이슬란드 앞바다 상공 약 15㎞에서 달그림자 속을 따라 날며 일식 시간을 늘렸고, 기체에 실린 카메라들이 가시광선부터 중적외선까지 여러 파장으로 코로나와 홍염을 찍었습니다.
NASA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가 캐나다 퀘벡 상공에서 관측한 부분일식 장면. NASA/제시카 메이어(Jessica Meir)NASA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가 캐나다 퀘벡 상공에서 관측한 부분일식 장면. NASA/제시카 메이어(Jessica Meir)
유럽 기상위성 MTG-I1가 개기일식 당시 관측한 지구에 달 그림자가 생긴 모습. ESA/유메트샛(Eumetsat)유럽 기상위성 MTG-I1가 개기일식 당시 관측한 지구에 달 그림자가 생긴 모습. ESA/유메트샛(Eumetsat)
지구 궤도에서는 시선이 거꾸로 향했습니다. ISS에 탑승한 NASA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Jessica Meir)는 캐나다 퀘벡 상공 약 420㎞에서 최대 약 18%까지 가려진 태양을 촬영했고, 유럽 기상위성 MTG-I1은 달그림자가 지구 표면을 훑고 지나가는 영상을 잡았습니다.
달 궤도를 돌고있는 다누리가 개기일식 당시 지구에 생긴 그림자를 관측했습니다. 항우연 제공달 궤도를 돌고있는 다누리가 개기일식 당시 지구에 생긴 그림자를 관측했습니다. 항우연 제공
가장 먼 관측석은 달 궤도였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달 궤도선 다누리는 달 뒷면에서 앞면으로 넘어오며 남극 쪽으로 접근하던 중,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와 그 위 그린란드 부근에 드리운 달그림자를 함께 촬영했습니다. 일식을 만든 달의 곁에서, 그 달이 지구에 드리운 그림자를 내려다본 사진입니다.
이번 관측 자료의 분석 결과는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나올 예정이며, 다음 개기일식은 2027년 8월 2일 스페인 남부와 북아프리카에서 이번보다 훨씬 길게 이어집니다.

26년 만에 찾아간 별의 임종, 문패가 바뀌어 있었다

NASA가 지난 10일 공개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관측 이미지에는 낯익은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2천 년 가시광선으로 촬영해 널리 알려진 행성상성운 NGC 2392입니다. 오랫동안 '에스키모 성운'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천체이기도 합니다.
사자성운을 지난 2천 년에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이미지(왼쪽)와 2026년 8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이미지. NASA, Andrew Fruchter and the ERO Team[실비아 배젯(Sylvia Baggett, STScI), 리처드 훅(Richard Hook, ST-ECF), 졸탄 레바이(Zoltan Levay, STScI)], ESA, CSA, STScI; 이미지처리 : 알리사 페이건(Alyssa Pagan, STScI)사자성운을 지난 2천 년에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이미지(왼쪽)와 2026년 8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이미지. NASA, Andrew Fruchter and the ERO Team[실비아 배젯(Sylvia Baggett, STScI), 리처드 훅(Richard Hook, ST-ECF), 졸탄 레바이(Zoltan Levay, STScI)], ESA, CSA, STScI; 이미지처리 : 알리사 페이건(Alyssa Pagan, STScI)
이 천체는 다시 촬영하게 된 순간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우선 이름이 먼저 바뀌었습니다. NASA는 2020년 8월 이 별칭이 차별적일 수 있는 표현이라며 사용을 중단했고, 이번 발표에서는 '사자성운'이라는 별칭으로 이 천체를 소개했습니다. 사자 얼굴 모양의 가스 거품과 갈기를 닮은 먼지 고리가 이름의 근거라는 게 NASA의 설명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기기(MIRI)로 관측한 사자성운.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처리: 알리사 페이건(Alyssa Pagan, STScI)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기기(MIRI)로 관측한 사자성운. NASA, ESA, CSA, STScI; 이미지 처리: 알리사 페이건(Alyssa Pagan, STScI)
웹은 근적외선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기기(MIRI)로 26년 전 허블이 봤던 그 구도를 다시 겨눴습니다. NASA의 관측 설명 따르면 전체 윤곽은 허블의 가시광선 이미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적외선 시야에서는 촘촘한 먼지 덩어리들과 이온화된 가스의 안개가 새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 구조를 빚는 주인공은 중심의 죽어가는 별입니다. NASA는 태양규모의 별이 임종 단계에서 벗어던진 바깥층이 이러한 형태의 성운이 됐고, 남은 백색왜성의 복사가 사자 얼굴 모양의 가스 거품을 지금도 부풀리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갈기 가장자리의 혜성 꼬리 모양 덩어리들은 그 복사를 견디고 살아남은 먼지들입니다.
아쉽게도 이 장면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NASA는 "약 1만 년 뒤면 사자의 모습이 흩어질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블랙홀의 문턱에서, 물은 살아남고 별은 질주한다

우리은하 중심은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짓궂은 장소입니다. 별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고 두꺼운 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데다, 한가운데에는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8월에는 바로 이곳에서 관측 성과 두 건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IRS3 지역. ESA/Webb, NASA & CSA, F. 파이스커(F. Peißker), J. 루(J. Lu), F. 유세프-자데(F. Yusef-Zadeh), N. B. 사바(N. B. Sabha), C. 찬(C. Chan)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IRS3 지역. ESA/Webb, NASA & CSA, F. 파이스커(F. Peißker), J. 루(J. Lu), F. 유세프-자데(F. Yusef-Zadeh), N. B. 사바(N. B. Sabha), C. 찬(C. Chan)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11일, 웹 망원경이 이 블랙홀에서 불과 0.55광년 떨어진 늙은 별 IRS 3를 관측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IRS 3는 은하 중심에서 가장 밝은 중적외선 광원 중 하나지만, 연속된 중적외선 스펙트럼이 확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ESA의 마카레나 가르시아 마린은 이 스펙트럼 덕분에 별의 화학적 정체를 비로소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펙트럼에는 규소와 산소로 이뤄진 규산염 먼지의 신호 두 개가 뚜렷했고, 별을 감싼 외피에서는 물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탄소가 풍부한 별일 것이라던 기존 추정도 산소가 풍부한 별로 뒤집혔습니다. 연구를 이끈 독일 쾰른대학교의 플로리안 파이스커는 극한 환경에서도 별의 먼지 생산이 놀랍도록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웹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ESA는 이런 늙은 별들이 뿜어내는 물질이 우주 성간 먼지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 중 하나이며, 블랙홀 주변처럼 혹독한 곳에서도 다음 세대 별과 행성의 재료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은하 중심 방향 궁수자리 의 풍부한 별 구름을 가시광선으로 관측한 모습. ESO and 디지털 서베이 관측 2(Digitized Sky Survey 2). 협력 : 다비데 드 마르탱(Davide De Martin) and S. 기사르(S. Guisard)우리은하 중심 방향 궁수자리 의 풍부한 별 구름을 가시광선으로 관측한 모습. ESO and 디지털 서베이 관측 2(Digitized Sky Survey 2). 협력 : 다비데 드 마르탱(Davide De Martin) and S. 기사르(S. Guisard)
며칠 뒤 같은 동네에서 또 다른 소식이 나왔습니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지난 19일, 8m급 망원경 네 대의 빛을 하나로 묶는 초대형망원경간섭계(VLTI)로 우리은하에서 가장 빠른 별 S301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밤하늘에서 오리온자리에 위치한 베텔게우스보다 20억 배나 어둡게 보이는 이 별은 태양 질량 400만 배의 블랙홀을 초속 2만 5천㎞, 광속의 약 8%로 돌고 있고, 지금까지 관측된 어떤 별보다 블랙홀에 가깝게 다가서는 궤도를 그립니다.
우리은하 궁수자리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돌고 있는 별 S301의 궤도를 설명하는 이미지. 아래는 해왕성 궤도 크기. ESO/GRAVITY collaboration우리은하 궁수자리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돌고 있는 별 S301의 궤도를 설명하는 이미지. 아래는 해왕성 궤도 크기. ESO/GRAVITY collaboration
연구진은 2031년으로 예상되는 다음 최근접 통과를 추적해 앞으로 10년 안에 이 블랙홀의 자전을 직접 측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물이 살아남고 별이 질주하는 블랙홀의 문턱은, 이제 시공간 자체를 재는 실험실이 되고 있습니다.

세가지 빛을 겹치자, 사라진 에너지의 행방이 보였다

타란툴라 성운을 3가지 파장으로 관측한 이미지의 교차 편집 버전. X-ray: NASA/CXC/오하이오 주립대/J. 로드리게스(J. Rodriguez) 외; 적외선(Infrared): NASA/ESA/CSA/STScI; 가시광선(Optical): NASA/ESA/STScI; 이미지 처리: NASA/CXC/SAO/P. 에드먼즈(P. Edmonds)타란툴라 성운을 3가지 파장으로 관측한 이미지의 교차 편집 버전. X-ray: NASA/CXC/오하이오 주립대/J. 로드리게스(J. Rodriguez) 외; 적외선(Infrared): NASA/ESA/CSA/STScI; 가시광선(Optical): NASA/ESA/STScI; 이미지 처리: NASA/CXC/SAO/P. 에드먼즈(P. Edmonds)
마지막 장면은 한 대의 망원경이 아니라 세 대가 함께 관측한 결과물입니다. NASA가 지난 11일 공개한 이미지는 찬드라 X선 관측소의 X선을 파란색으로, 웹의 적외선을 붉은색으로, 허블의 가시광선을 초록색으로 입혀 색종이를 겹치듯 포개 만든 합성입니다. 대상은 지난 2022년 코스모스토리에서 소개했던 천체로 지구에서 약 16만 광년 떨어진 대마젤란은하의 타란툴라 성운입니다.

X선, 적외선, 가시광선 세가지 층은 각각 다른 온도의 우주를 봅니다. NASA에 따르면 파란 X선 층은 젊고 무거운 별들의 항성풍에 밀려나 수백만 도로 달궈진 가스를, 붉은 적외선 층은 수천 개의 어린 별과 차가운 먼지를, 초록 가시광선 층은 그보다 따뜻한 수소 가스를 보여줍니다. 이번 관측에는 찬드라가 임무 기간 내내 반복 관측하며 쌓은 자료에 은퇴한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데이터까지 더해졌습니다.
타란툴라 성운을 3가지 파장으로 관측한 이미지의 교차 편집 버전. X-ray: NASA/CXC/오하이오 주립대/J. 로드리게스(J. Rodriguez) 외; 적외선(Infrared): NASA/ESA/CSA/STScI; 가시광선(Optical): NASA/ESA/STScI; 이미지 처리: NASA/CXC/SAO/P. 에드먼즈(P. Edmonds)타란툴라 성운을 3가지 파장으로 관측한 이미지의 교차 편집 버전. X-ray: NASA/CXC/오하이오 주립대/J. 로드리게스(J. Rodriguez) 외; 적외선(Infrared): NASA/ESA/CSA/STScI; 가시광선(Optical): NASA/ESA/STScI; 이미지 처리: NASA/CXC/SAO/P. 에드먼즈(P. Edmonds)
그런데 겹쳐 놓고 보니 이상한 점이 드러났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제니퍼 로드리게스가 이끈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별들의 항성풍 에너지가 가스를 데워 만들어냈어야 할 X선이 예상보다 훨씬 적게 관측됐습니다. 그 많은 에너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연구진은 에너지가 여러 경로로 새어나가고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뜨거운 가스의 최대 절반이 성운을 감싼 가스와 먼지 껍질의 벽 틈으로 빠져나간다는 분석입니다.

놀라운 관측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경이로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은 계속 공개됩니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관측하는 망원경들, 우리는 앞으로 또 어떤 신비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요.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월간 우·아'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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