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로 딸과 손주 2명을 잃고 "마음이 어지럽고 불안하다"는 타우와지 갈레씨. 이충현 기자7년 전 남편과 사별한 타우와지 갈레(60)씨는 이번 네팔 대홍수로 남은 가족이 하나도 없게 됐다. 사랑하는 딸과 귀여운 손주 2명을 한꺼번에 수마(水魔)에 잃고 말았다.
짙은 이마의 주름은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수해 피해가 집중된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바타르의 이재민 센터에서 만난 그녀는 이곳 생활에 대해 "괜찮기는 하지만 한 공간에 너무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녀가 잠을 자는 큰방에는 40여 명이나 함께 생활하다보니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도 전혀 허락되지 않는다. 잠자리 역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는 비좁은 잠자리가 아니라 악몽 같은 대홍수의 경험때문이다.
네팔 누와코트 바타르의 이재민 센터에 마련된 여성용 침실에서는 40여명이 함께 생활한다. 정영철 기자
"홍수에 모든 것이 휩쓸려가는 것을 본 이후 마음이 너무나 어지럽고 불안해요. 잠도 잘 오지 않아 우두커니 그렇게 앉아서 보내고 있어요."
그녀는 어지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네팔 대홍수를 피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마음에는 트라우마가 덮치고 있다.
이재민 센터 책임자인 수만 스레스타(32)씨는 "이재민들의 삶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참하다"면서 "여기서 먹고 자는 것 자체는 지원이 잘되고 있어 괜찮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인근의 두르바에 있는 또다른 이재민 센터. 마당에서 풍선을 불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 짧은 순간 이곳을 이질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몇걸음도 채 옮기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3개의 천막속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이재민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그늘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헬리콥터로 구조된 비르 바하두르 타망씨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충현 기자메일룽에서 집을 잃고 이곳에 왔다는 비르 바하두르 타망(35)씨는 "먹고 자는 문제나 물 같은 생필품은 잘 지원되고 있다"며 나름 크게 부족한 생활은 아니라고 했다.
검은 얼굴에 건장한 몸을 가진 청년이지만 대홍수가 할퀴고 간 마음의 생채기는 깊었다.
"마음이 참 괴롭고 안 좋습니다. 평생 살아온 정든 집을 뒤로하고 나와서 이런 대피소에 모여 지내야 하니까요. 마음이 정말 무거워요."
집과 함께 홍수에 휩쓸려간 장인에 대한 생각도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타망씨는 지난 26일 야간 근무를 마치고 숙소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홍수가 들이닥쳤다. 그는 다행히 헬리콥터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지만 그날의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정신 이상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계속 잔상이 남고 불안합니다. 가끔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또 홍수나 산사태가 난 것 같아 깜짝깜짝 놀라곤해요."
앞으로의 막막한 삶도 그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타망씨는 "아직은 아무런 계획도 없고 갈 곳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팔 경찰이 이재민들의 신원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충현 기자같은 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발 바하두르 타망(72)씨도 이번 홍수로 동생 내외와 아들 내외 등 4명의 가족을 먼저 보내야 했고, 마을이 형체없이 사라진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언제까지 여기서 머물 수 있는지 모른다"면서 "정부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그곳으로 가야한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경찰 소속 의사인 아로나 타꾸리(30)씨는 "많은 이재민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면서 "특히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경우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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