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의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북한은 헌법보다 상위라고 하는 당 규약을 지난 2월 9차 당 대회에서 개정하며 서문에 있는 "위대한 수령들을 영원히 높이 모시고"라는 표현을 지웠다. 선대에 대해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당 건설과 당 활동의 근본지침"으로 한다는 구절만 남겼다.
한 달 뒤인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헌법 서문도 선대의 업적을 장황하게 나열한 부분을 모두 지웠다.
집권 14년차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이자 국무위원장은 선대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당 규약과 헌법 개정에서 이렇게 드러냈다.
헌법의 국호 조항과 영토조항 신설, 당 규약의 전조선 혁명론과 통일 폐기 등 두 국가성의 제도화야말로 선대와 가장 구별되는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헌법과 당 규약에서 선대를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 기조 등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면서도 자신의 유일영도 권력은 더욱 강화했다.
먼저 헌법에 규정된 국무위원장의 권한은 그 동안 형식적이나 유지했던 최고인민회의의 견제기능을 삭제하는 등 과거 사회주의 헌법에 규정된 김일성 국가주석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당 규약 개정에서도 당 총비서의 권한으로 간부 임면권과 개별 당원들의 입당출당 결정권, 당 조직의 해산권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당 규약에 굳이 명기하지 않아도 행사할 수는 간부 임면권, 개별 당원들의 입당출당 결정권, 당 조직해산권을 세세하게 명기한 것은 총비서로서 노동당에 대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수령 권력의 정도와 수준을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연합뉴스김 위원장이 선대를 지우고 유일영도 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선대를 능가하는 지도자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부인 리설주를 과감하게 공개하고, 이후 딸 '주애'를 내세우는 것도 선대로부터 벗어나려는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가장 큰 핸디캡이 출생의 비밀이다. 정실의 자식이 아니고 곁가지"라며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를 내세우는 것도 출생의 핸디캡으로부터 오는 (선대에 대한) 반항심이나 감정의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생모가 북한 사회에서 신분상 차별을 받는 재일동포 출신 고용희라는 점, 이에 따라 그의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곁가지'로서의 울분이 백두혈통으로서 선대를 계승하면서도 구분 짓는 현재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대수령을 넘어서는 김정은 권력의 통치규범이 헌법과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완성되면서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지도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김정은주의'로 교체하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정은의 권능과 권한을 헌법과 당 규약에 세세하게 명기한 것은 장래 후계자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준비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광진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도 3대, 4대 세습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가 스스로를 향후 새로운 100년을 여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딸 '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되면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성 최고지도자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내(김정은)가 여는 100년은 과거 100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100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노동신문 등 북한의 매체들은 수도 및 지방건설, 교육사업, 5개년 경제계획 등 김 위원장이 제기한 각종 사업들이 모두 "50년,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주체혁명의 새로운 100년대를 영광의 년대로 빛내여야 한다"며 '새로운 100년'를 언급한 바 있다.
선대와 구별되는 국가 브랜드 '김정은 조선'의 맥락 속에 통일 폐기 등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4대 세습도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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