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이른바 '명문대 마약동아리' 사건을 수사한 이영훈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의 법우법인 위온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성경 기자"실체적으로 분명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법적 공백 때문에 처벌을 피하게 됐습니다. 과연 이게 정의입니까?"
검사 시절 직접 보완수사로 '명문대 마약동아리'의 실체를 파헤친 이영훈 변호사(37)는 최근 대법원이 이 사건으로 기소된 30대 의사 이모씨와 20대 배모씨 범죄 혐의에 대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가 법률상 허용된 범위를 넘어섰다며 공소기각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반문했다.
지난 2024년 드러난 마약동아리 사건은 당초 경찰이 동아리 회장 염모씨 등의 단순 마약 투약 건으로 송치한 걸 당시 서울남부지검 공판 검사였던 이 변호사가 보완수사를 벌이며 확대됐다.
그런데 법원은 염씨로부터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이씨와 배씨에 대한 검사의 수사가 직접 관련성이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사의 수사 범위 제한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다.
이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의 법무법인 위온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나 "두 사람은 수사 과정에서 마약을 했다고 자백했고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항소심부터 검찰 수사를 문제 삼는 전략을 택하더니 결국 처벌을 피했다"며 "마약을 판 염씨는 유죄가 인정됐지만 마약을 산 사람은 공소기각이 된 건데, 과연 이게 정의에 합당한지 큰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씨와 배씨 판결처럼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법적 공백의 결과가 한동안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완전 폐지된 최근의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이에 따른 판례가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4~6년은 걸릴 텐데 대체 이 공백은 누가 책임지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대 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 변호사는 3년간 경찰에 근무하다 퇴직한 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검사로 약 10년간 재직했다.
"같은 혐의, 변호사 따라 결과 갈려…'사법의 민영화' 씁쓸해"
Q. 이씨와 배씨 기소를 경찰 송치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본 법원 판단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A. 마약의 판매와 구매는 논리적으로 '동전의 양면' 아닌가. 이 사건의 시작이었던 염씨로부터 마약을 구매한 이들에 대해 법원이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그어버릴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Q.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 범위가 줄어든 게 문제가 됐다.A. 검사의 수사 범위를 줄이는 게 국민의 의사라면 따라야겠지만, 수사가 이뤄질 당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어떤 학설이나 선례, 판례가 전혀 정립돼 있지 않았었다. 직접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백지였던 셈이다. 그 관련성을 입증할 여러 증거와 주장들을 제출했지만 2심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웠다.
Q.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씨와 배씨가 2심부터 전략을 바꾼 게 통했다.A. 재밌는 건 이번 사건에서
똑같은 구조로 기소된 사람 중 같은 주장을 안 한 사람들은 유죄가 확정됐다. 어떤 변호사를 선임하느냐에 따라 마약 범죄자 확정 혹은 공소기각으로 결과가 크게 갈린 거다. 누군가의 말대로 '사법의 민영화'가 현실이 된 것 같아 씁쓸함이 있다.
"검찰 수사권 폐지 대비책 전혀 마련 안 돼"
Q.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순 없었나.A. 당시 공판 검사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또 이런 사건에 대해선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등 경찰의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효율성면에서나 어떤 면에서도 이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를 하기엔 매우 부적합하고, 직접 보완수사를 하기엔 적합했다.
Q. 경찰의 현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겠다.A. 그렇다. 경찰이 수사를 못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특정 사건에 대해선 검찰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현재 경찰의 인력 등 구조에선 보완수사 요구까지 받아서 다 해내기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Q. 이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은 아예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A. 오히려 애매하게 수사권을 남겨놔서 자백한 사람도 공소기각으로 놔주는 일이 생길 바엔 깔끔하게 하는 게 낫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거다. 경찰의 업무 과중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내놨나.
Q.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졌으니 더 이상 수사권 범위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까.
A.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 때만 해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 등 기관이 경쟁하다시피 중복 수사를 해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생기고 수사기관 사이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고, 그에 따른 문제들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
Q. 최근 마약동아리 사건 판결이 2021년 수사권 조정의 여파였다면 올해 이뤄진 형소법 개정의 여파 또한 작지 않을 거라고 보나.
A. 그렇다. 최근에서야 2021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확정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것이니
4~5년은 법적 공백이 있었던 거다. 한동안 갖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날 거라고 본다.Q. '사법의 민영화'란 시각에서도 이번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그러한 흐름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보는 예측이 많다.
A. 최근 제게 상담하는 사람들이 '당신이 공소기각 받은 법리로 내 사건도 공소기각 시켜줄 수 있냐'고 묻기도 한다. 저로서는 다소 치욕적이지만, 사실 선수들은 이런 법적 공백을 꿰뚫고 있다. 또 이번에 형사 절차에 있어 각종 새로운 수단들이 생겨나지 않았나. 그에 대한 통행세들이 생겨날 거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2024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이른바 '명문대 마약동아리' 사건을 수사한 이영훈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의 법우법인 위온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성경 기자"마약동아리 사건 재수사 장담하기 어려워"
Q. 검찰 수사권 폐지의 이유로 지적돼 온 '수사권 남용'에 대해선 공감하는지 묻고 싶다.
A. 공감한다. 그런데 수사권 남용이 정확히 뭔지 되묻고 싶다. 저도 결국 수사했던 사건에서 공소기각이 났으니 수사권을 남용한 건가. 문제가 됐던 일들은 사실 검사들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그 외 대부분은 '정치적 어젠다'라고 생각한다.
'수사권을 남용했으니 수사권을 없애자'는 건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대통령제를 없애자'는 거랑 뭐가 다른가.Q. 공소기각 판단이 나온 배씨와 이씨에 대해선 다시 수사가 이뤄질까.A. 수사기관이 검토하겠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이미 수년의 시간이 흘러 증거가 남아있겠나. 또 누가 이 사건을 하고 싶을까.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Q. 만일 2024년으로 돌아가면 마약동아리 사건을 어떻게 할 것 같나.
A. '그래도 또 할래' 이 생각이 크지만, 지금 알고 있는 그대로 다시 돌아가면 안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힘들고 귀찮지 않나. 그냥 나에게 주어진 공판 업무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사회가 검사들한테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 무엇 하러 남들한테 눈칫밥 얻어가며 집에도 못 가고 일했나 허무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범죄자 꿈나무, 이미 범죄자가 된 사람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경찰, 중수청 등에 저보다 훨씬 뛰어나고 사명감 있는 분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단단히 한몫을 잡으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다 진짜 '패가망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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