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특검 현판식. 연합뉴스이제 막 수사의 첫발을 내디딘 선관위 특검팀(이태한 특별검사)이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이 선관위 특검팀의 공식 수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지난 8일 선관위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입니다.
현재 선관위 특검법은 부칙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는 오는 10월 이후에도 파견검사에겐 현행 수사권을 유지하도록 했는데, 민주당이 개정안에서 이 부칙을 삭제했습니다. (
참고기사 : 檢수사권 폐지, 선관위 특검 파견검사는 수사할 수 있나?)
즉 개정안이 처리되면, 선관위 특검에 파견된 검사의 수사권도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선관위 특검법상 파견검사는 20명까지 가능하고, 현재 15명이 파견돼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선관위 특검팀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죠. 앞으로 최대 150일 동안 △투표용지 부족 △투표 통계 조작 △선관위 외유성 출장 등 12개에 달하는 의혹을 수사하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이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는 검사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했습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특검 자체를 깡통으로 만들겠다는 흉계"라고 강하게 비판했고요.
그러자 민주당은 부랴부랴 개정안을 철회했습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140개 법안을 일괄 개정 형소법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특검법 개정안이 (여야의) 합의 취지와 다르게 정리, 발의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제야 선관위 특검팀도 공지를 통해 "앞으로도 관련 법령의 제·개정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관위 특검 수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관위 특검은 국민의힘이 특검 추천권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탄생했습니다. 앞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과 2차 종합특검 당시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권에서 배제됐는데요. 한마디로 선관위 특검은 국민의힘의 강한 요구가 관철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의 수사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사기간 30일 추가 연장 △수사인력 확대 △수사대상에 공무원의 감사방해 추가 등 개정안 처리를 주도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고사는 의심을 살만한 일은 피하라는 뜻을 넘어 권력자의 '경솔함'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해명처럼 파견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선관위 특검법 개정안 추진이 단순한 실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도한 2차 종합특검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과 달리, 선관위 특검 수사력의 한 축을 무장해제 시킬 뻔한 촌극이었습니다.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법안의 파급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거대 여당의 '인식 있는 과실'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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