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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본소득당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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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황진환 기자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황진환 기자
스티브 잡스가 단돈 1천 달러로 애플을 창업한 곳은 부모님 집의 '차고'였다. 애플 뿐만 아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 등 IT 거대기업들이 모두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임대료 부담 없이 24시간 작업할 수 있는 차고는 이후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혁신을 상진하게 됐다. 만약 사무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들 '차고 창업기업'들이 '유령 기업'으로 치부됐다면 지금과 같은 IT 혁신은 경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거대 야당과 언론의 인사 검증 '뭇매'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들의 검증은 용 후보자 개인 보다는 용 후보가 속한 기본소득당에 집중됐다. '유령 시도당' 의혹이 대표적이다. 기본소득당 광역시도당 10곳 가운데 6곳이 주택이나 농장을 사무실로 두고 있다며 국고보조금 편취를 위한 유령 사무실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으로, 거대 정당의 편견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의 1년 수입액 규모는 1천 억원 정도인 반면 기본소득당은 20억 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대기업이라면 기본소득당은 영세 자영업자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여의도 중앙당사와 일부 시도당사 등 수백 억 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한 부자 정당인 반면 기본소득당은 셋방살이를 전전하고 있다. 일부 시도당은 월세가 버거워 위원장 등의 자택이나 농장을 정당 사무실로 등록해 실제 사용하고 있다. 정당법 상 정당 사무실의 규모와 형태 등에는 제한이 없다. 재정적 능력과 관계없이 다양한 정치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마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차고 창업처럼 말이다. 국고보조금 편취 의혹도 근거가 약하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시도당 숫자가 아니라 의석수나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의 유령 시도당 주장에는 '우리처럼 번듯한 사무실이 없으니 불법'이라는 부동산 거대 정당의 편견이 배어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 고수도 앞뒤 가리지 않고 질타를 받았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이 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용 후보자는 이를 한사코 거부했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거대 정당은 비례대표 후순위 순번이 짜여져 있어 언제든 충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연합 위성 정당이라는 특별한 제도로 원내에 겨우 진출한 국회의원 1명의 초미니 정당이다. 비례대표를 승계할 후순위도 없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기본소득당은 국회를 나가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현실 정치에서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 간 차이는 엄청나다. 원내라는 이점을 살려 개혁적 소수의 목소리를 전달해온 기본소득당으로서는 유일한 국회의석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개인적 '자리 욕심'으로 힐난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가족 정당' 내지 '사당화' 논란도 기본소득당으로서는 할 말이 적지 않은 듯하다. 용 후보자가 당 대표로 있으면서 배우자인 박기홍 씨를 기본소득당의 주요 당직에 앉힌 것을 지적한 논란이다. 박 씨는 기본소득당 창당 이후 당 사무총장과 조직부총장 등을 거쳐 현재는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용 후보자와 박 최고위원의 관계는 부부 관계를 넘어 정치 사회 운동의 동지 관계로 보인다. 청년 시절부터 알바노조와 노동당, 청년좌파 등 진보 단체 활동을 함께 해왔다. 기본소득당 창당 때도 마찬가지다. 거대 정당과 달리 소수 정당은 집권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니 권력이나 자리를 바라보며 소수 정당 활동에 투신하는 사람도 소수다. 거대 정당이 온갖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소수 정당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린다. '돌려막기' 인사가 구조화될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임금을 노린 편법 채용 의혹도 제기하지만 박 최고위원이 당직자로 받은 평균 급여는 월 280만원 남짓이다. 올해 마흔 살인 박 최고위원의 나이에 비춰 매력적인 보수도 아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 후보자 낙마 사태는 우리 사회가 소수 세력에게 얼마나 인색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기득권의 기준을 들이대며 '검증'이라고 정당화한다. 이번처럼 후보자가 아니라 소속 정당이 검증 당하는 사례도 거의 없었다. 그동안 정치인 출신 장관 후보자는 모두 거대 정당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차고 창업이 혁신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형식 보다 내용과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수 정당의 허름한 조직을 폄하하며 배척하기 보다는 이들의 합벅적이고 건전한 활동을 보장하고 독려해야 한다. 이런 정치 스타트업들이 번성해야 정치가 혁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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