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칼럼]치솟는 집값, 지켜보는 국민들은 힘겹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재상이었던 상앙은 법가 사상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법치주의를 내세운 그는 십오제와 연좌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엄격한 통제체제를 도입해 나라를 다스렸다. 처벌이 두려워 "땅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는", 즉 '도불습유'(道不拾遺)라는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심지어 태자가 법을 위반하자 그의 측근을 극형에 처했을 정도로 상앙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결국 그에게 앙심을 품은 태자가 왕위에 오르자 순식간에 반역자로 몰렸다.

상앙은 도망자 신분으로 가까스로 국경까지 숨어든 뒤 한 여관에 머물려했다. 그런데 여관 주인은 "여행증명서가 없는 손님을 재워주면 상앙이 시행한 법률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면서 그의 투숙을 거부했고, 이에 상앙이 "내가 만든 법이 오히려 나를 해하는구나"라고 탄식하는 상황이 바로 고사성어 '작법자폐(作法自弊)'이다.
 
15일부터 시작된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오래전 책에서 읽은 상앙의 고사가 떠올랐다. 부동산 민심 악화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현 정부 2기 내각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받고 있고 그 모양새가 상앙의 고사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철거민 특별분양을 받는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각각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강 후보자와 부친은 지난 2008년 3월 서울 구로구 천왕동으로 전입 신고를 해 그해 10월 철거민 자격을 얻어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한채씩 손에 쥐었다.

강 후보자 장남은 경기 분당에 재건축을 앞둔 상가를 매입하며 이모 부부에게 7억 1550만 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5억 원은 이자를 내고 있지만 나머지 2억 1550만 원은 무이자로 빌려 가족간 무이자 차용 한도(2억 1700만 원)를 꽉꽉 채워 교묘히 세금을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난해 5월 10억 5천만 원짜리 서울 구로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5억 3700만 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1억 7천만 원은 장모에게 빌렸는데, 해당 금액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가 지난 7일에야 납부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 과천 아파트를 2009년 2월 매입해 소유하고 있지만 실거주 기간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2016년 매입한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 2020년 3월부터 실거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후보자들이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받고 있지만 공통점은 불법으로 단정할 만한 사례는 아니라는 점이다. 강신철 후보자의 경우 철거민 특별분양 제도의 허점을 잘 이용한 것이지 불법은 아니다. 그의 아들도 이모 부부에게 이런 거액을 빌린다는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뿐 현행 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영끌'로 아파트를 매입한 홍지선 후보자도 꼬박꼬박 이자를 지불하며 장모에게 돈 빌린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이형일 후보자, 이소영 후보자의 경우에는 본인 소유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은 것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이전 정부였다면 야당이나 언론을 포함해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을 문제다.

그럼에도 이들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관련 행보가 비판받는 이유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타파하겠다"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장관 후보자들의 지난 부동산 관련 행보를 보면 이런 규제를 기가 막히게 피해가고 있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부터 시행했다. 이어 서울 전역은 물론 경기도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책을 내놨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는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손질했다.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자 그동안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한때 63억 8천만 원을 찍었던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07㎡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현재 52억 원까지 내려왔다. 무려 12억 원 가까이 가격이 폭락했다.

부자들이 보유한 수십억원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반면 강북지역 아파트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서울 강북권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섰다. 관련 기사 댓글창에 "5억하던 페라리가 4억으로 떨어진다고 살수있냐. 아반떼가 4천만 원 된게 더 문제"라는 내용의 글이 눈에 띈다. 규제의 역설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러온 가격 폭등에 국민들은 열불 터지는데 정작 장관 후보자들은 정책 기조에 배치되는 방식으로 자산을 축척해온 사실이 드러나니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위에 상앙의 고사처럼 스스로 만든 엄격한 규제가 현정부의 국정운영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등으로 4차산업혁명이 성큼 다가온 시대에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국민들의 자산 대부분이 묶여있는 현 상황은 분명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개혁 의지에 공감하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다만, 의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상앙의 고사로 돌아가 상앙은 온몸이 찢기는 형벌을 받고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법치주의는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초석이 됐다고 후대는 평가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후대에 재평가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하루하루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겹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