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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1위' 하프마라톤…'70대 세계 1위' 신행철의 5관왕 도전기[페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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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섭의 페이스메이커, 러닝의 모든 것

사람들은 왜 달릴까요?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전이고, 누군가에게는 치유이며,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식입니다. 기자가 직접 달리고, 만나고, 묻습니다. '페이스메이커'는 러너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달리기 너머의 이야기를 담는 '러너리즘(Runnerism)'을 지향합니다.

['월클 마라토너' 신행철의 국제 대회 도전기①]

70대 세계 1위 마라토너 신행철 고수가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우섭 기자70대 세계 1위 마라토너 신행철 고수가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우섭 기자
▶'월클 마라토너' 신행철의 국제 대회 도전기
① '압도적 1위' 하프마라톤…'70대 세계 1위' 신행철의 5관왕 도전기
② 애국가 5번이나 울렸다…'70대 세계 1위' 신행철의 5관왕 도전기
③ "메달? 우린 형제입니다"…'70대 세계 1위' 신행철의 5관왕 도전기

"7개 종목을 신청했는데, 금메달 5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지난 6월 인터뷰 당시)

한국에 '월드클래스' 마라토너가 있다.

전 세계 70세 이상 연령대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한 신행철 고수(高手)가 바로 주인공이다. 신 고수는 올해 3월 '2026 서울마라톤'에서 풀코스 2시간 54분 10초를 기록,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신 고수는 앞서 '페이스메이커'와도 만난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올해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가 있습니다. 전 세계 선수들이 나이 그룹별로 시합을 해요. 저는 7개 종목을 신청했는데, 금메달 5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목표입니다."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는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는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
'페이스메이커'는 곧장 대회가 열리는 경북 지역으로 향했다. 지난 8월 29일 경산시민운동장. 남자 70대 그룹 1500m 예선을 앞두고 몸을 풀던 신 고수를 만났다.

약 두 달 만의 만남. 신 고수는 환한 웃음과 함께 악수를 건넸다. 이미 엄청난 기량을 뽐내며 금메달 3개를 수확한 상태였다.

"다시는 그런 약속 하지 말아야지. 하하하. 이제 기자님하고 약속했던 '금메달 5개'까지 2개 남았습니다. 약속한 걸 후회하고 있어요. 하하하. 일단 앞선 3개 종목은 다행히 행운이 따라서 금메달을 땄네요."

첫 종목부터 기다렸다는 듯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신 고수는 로드 10㎞ 종목(8월 23일)에서 41분 49초를 기록했다. 곧장 2호 금메달도 나왔다. 트랙 800m 종목(8월 25일)에서 2분 30초 85로 1위에 올랐다.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
3번째 금메달은 명승부 끝에 따내 더욱 짜릿했다. 트랙 5000m 종목(8월 27일)에서 19분 11초 61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2위 뤼시앵 하이더(벨기에)와 격차는 1초도 나지 않았다. 결승선 직전까지 뤼시앵에 뒤처졌던 신 고수는 놀라운 속도로 거리를 좁히더니,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해당 경기는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해외 러너들에게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해당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26만 회를 넘었다.

"결과적으로 세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놓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해외에서 풀코스 마라톤은 뛰어 봤지만, 전 세계 관중 앞 트랙에서는 처음 뛰어 봅니다. 특히 동시대에서 태어나고 달려온 러너들과 호흡을 맞춰 뛴다는 게 승패를 떠나서 감동이네요. 평생 잊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갈 만한 짜릿한 느낌입니다.

하프마라톤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하프마라톤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
이번 대회 신 고수 신청 종목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하프마라톤(8월 30일)이었다.

오전 7시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스타트. 하지만 경기 당일 새벽부터 대구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신 고수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았다.

"비가 와서 저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려고요. 지금까지 대구가 너무 덥기도 했어요. 날씨는 모두에게 같은 조건입니다. 비 때문에 잘 못 뛰었다는 핑계는 없을 겁니다."

다행히 비는 출발 30분 전쯤 완전히 그쳤다. 금세 하늘이 맑아졌고, 햇볕도 쨍쨍 내리쬐었다.

"고수는 컨디션이 항상 괜찮아요. 하하하. 오늘은 기록보다도 순위 경쟁이기 때문에 그 점을 신경 써야 해요. 뛰면서 나보다 앞서가는 70대 그룹 선수가 있는지를 보고, 있으면 따라잡고 없으면 일단 내 페이스대로 갈 생각입니다."

하프마라톤 출발 순간 신행철 고수의 모습. 이우섭 기자하프마라톤 출발 순간 신행철 고수의 모습. 이우섭 기자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신 고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재미가 있다고도 했다.

"재밌네요. 외국 선수들과 함께 뛰니까 긴장감, 박진감이 있어요. 다른 선수들의 실력을 전혀 모르니까 더 재밌어요. 분위기는 그동안 해외 마라톤 나갔을 때랑 비슷해요. 다만 마라톤 대회들은 내 기록이 우선이지만, 이 대회는 순위가 우선이라 더 긴장감이 있어요."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마침내 출발. 신 고수는 남자 그룹 중간에 섞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뛰어나갔다.

총성이 울린 뒤, 약 1시간이 지나자 결승선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자 40대 그룹 피터카리우키 완지루(케냐)가 결승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완지루는 1시간 6분 43초의 폭발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차례차례 선수들이 숨을 헐떡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신 고수는 당초 이날 기록을 1시간 24~25분대로 예상했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신 고수가 마지막 직선 주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행철 고수가 1시간 27분 22초의 기록으로 하프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우섭 기자신행철 고수가 1시간 27분 22초의 기록으로 하프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우섭 기자
한국 팬들의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신 고수는 점점 더 속도를 높였다. 1시간 27분 22초의 기록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 자신의 완주를 보며 눈물 흘리던 기자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태극기를 달고 뛰는 거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비는 그쳤지만, 날씨가 더우니까 속도가 조금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만족합니다. 최종 순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만약 1등이면 기자님과 약속까지 금메달 1개 남네요. 마음이 놓입니다."

순위는 당연히 1등, 기록은 압도적이었다. 신 고수는 당당하게 70대 그룹 1위를 차지했다. 2, 3위를 차지한 아난 신투룩, 파이롯 사응안팟타마완(이상 태국)의 기록은 1시간 37분 40초대. 신 고수와 10분 이상 차이가 났다.

완주 후 러너들과 사진 촬영 중인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완주 후 러너들과 사진 촬영 중인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
기뻐할 틈도 없었다. 신 고수를 알아본 수많은 러너가 사진 촬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입담을 선보이며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정도면 70대 셀럽이죠. 하하하. 오늘 경기는 페이스가 중요했어요. 레이스 막판에는 날씨가 더우니까 조금 페이스가 밀렸는데, 그래도 추월당하지 않고 잘 왔어요. 날씨를 감안하면 잘 뛰었다고 생각합니다."

신 고수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러너들의 반응은 어떨까. 서울에서 온 러너 김창국씨와 신홍섭씨는 경기 내내 신 고수와 함께 달렸다.

"출발 전에 신행철 선생님께서 계셔서 레이스 내내 함께 뛰었어요. 반환점까지는 4분 페이스로 달렸고, 그 후에 선생님의 페이스가 4분 25초~30초까지 밀리더라고요. 그런데 16~17㎞ 지점 지나니까 갑자기 4분 10초 페이스까지 올리셨어요. 저도 포기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포기를 안 하시니까 열심히 뛰게 됐습니다."(김창국씨)

"러닝하는 분들 중에 신행철 선생님을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워낙 유명하시잖아요. 올해에 세계 기록을 세우셨고, 이번 대회 3관왕을 차지하신 것도 알고 있어요. 같이 뛸 수 있었던 게 영광입니다."(신홍섭씨)

하프마라톤 1위를 차지한 신행철 고수(가운데). 이우섭 기자하프마라톤 1위를 차지한 신행철 고수(가운데). 이우섭 기자
신 고수는 네 번 연속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하지만 기쁜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지는 않았다.

아직 도전이 끝나지 않아서일까. 신 고수에게는 아직 출발선이 남아 있었다. 다음 도전은 하프마라톤보다 훨씬 짧은 거리.

이제 만 71세의 신행철은 트랙 위 1500m 출발선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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