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국내 증시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누가 제안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청와대가 지난 1월 일주일 간격으로 금융투자업계를 불러 비공개 회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 회의는 '청년자본의 국내시장 투자 촉진'을 위한 자리였고, 이 회의에서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발제한 첫 번째 안건이 레버리지 ETF 등 상품 다양화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자본 국내시장 투자촉진 회의' 발제자료 첫 번째 안건이 레버리지 ETF
19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월 5일 '청년자본 국내시장 투자촉진 관련(대외주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금투협에 보냈다. 금투협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거래회사 등이 회원사로 있는 협회다. 다음날인 6일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회의가 열렸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투협 산업시장본부장·자산운용본부장,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본부장급 임원, 당국에서는 금감원 부원장, 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장,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논의 내용은 '청년자본 국내시장 투자 유인 제고 방안'이었다.
이 회의에서 금투협이 낸 발제자료 첫 번째 방안이 '레버리지 ETF 등 상품 다양화'였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3배 레버리지 상품,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 고배율 인버스 상품 등이 허용되지 않는 반면, 국내 투자자는 해외 시장에 상장된 지수 상품(S&P500, 나스닥 2배·3배 ETF) 및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배경도 적시됐다.
국내에서 고위험·레버리지 ETF를 상장 금지하는 동안, 국내 투자자는 해외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국내에선 막고, 해외에선 열린" 비대칭적 규제 환경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서 이로 인해 투자자금이 국내가 아닌 해외 주식·ETF로 유출되며 원화 매도 확대와 달러 수요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개선 방안으로 해외와 같이 3배 레버리지, 단일종목 2배 상품 등 출시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를 통해 해외 유출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고 투자자 보호와 국내 자본시장 유동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타냈다. 해당 내용은 약 3주 뒤 금융위가 발표한 레버리지 ETF 도입 방안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밖에 △액티브 ETF 활성화 추진 △RIA 계좌 내 세제혜택 대상 확대 △국내주식 투자 확대를 위한 퇴직연금 제도 개선 등도 제시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제출한 '청년자본의 국내시장 투자촉진 회의 참고자료'. 제목에 연도는 오기. 박대출 의원실 제공금투협 "직원이 만든 발표용 메모"…13일 회의자료엔 ETF 내용 없어
금투협은 이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1월 6일 회의가 급히 잡히면서 발제를 맡은 직원이 전날 하루 만에 만든 자료"라면서 "업계 의견을 수렴한 공식 제안문이 아니라, 담당 직원이 작년 기사 등을 참고해 혼자 작성한 발표용 메모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의가 얼마나 급히 조율됐는지, 참석자 중에는 발표자료도 없이 그냥 와서 구두만 의견을 낸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6일 회의 이후 청와대(BH)에서도 후속 회의가 잡혔다고 금투협에 통보했다. 금감원 부원장, 금투협, 증권사 대표 3명, 자산운용사 대표 3명, 자본연 부원장 등을 특정해 참석과 사전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그렇게 일주일 뒤인 1월 13일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로 '자본시장 투자 매력도 제고' 회의가 비공개로 열렸다.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 윤창원 기자금투협이 박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를 종합해보면 이 13일 회의에선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직접 요청했다는 대목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야당에선 이 같은 점을 이유로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확정하고 금융업계 의견을 듣는 형식적 자리가 아니었냐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 회의 참석자였던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도 17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논의됐는지 묻자 "원화가 왜 이렇게 약해졌는지에 대한 대책을 얘기하는 자리였고, 그 원인 중 하나로 '해외 투자가 늘고 해외에서 레버리지하는 경우가 있지 않냐'는 얘기 정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다음 날인 14일 김 전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가 시장에서 도입 논의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진 배경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같은 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당시 발표 내용은 앞서 1월 6일 금투협 발제자료의 골자와 상당 부분 겹친다. 5월 27일 출시된 이 상품은 3개월 동안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고, 금융당국은 두 차례 보완책을 내놨다. 김 전 실장은 2기 내각 인사에서 유임됐다가 이후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보완책을 거론하며 "정부 정책에 불완전성이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며 "나중에 보완할 것을 미리 장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고, 부족함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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