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20일 사흘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을 연 그룹 NCT 127. NCT 127 공식 트위터"우리만큼 진짜 하는 콘서트마다 이렇게 한 명씩 파트가 바뀌거나 역할이 바뀌거나 하는 그룹이 진짜 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객석 웃음) 그만큼 힘든 것도 있고 그런 걸 해낸다는 우리한테 진짜 우리 콘서트 할 때마다 진짜 자부심 느끼거든요. 내년에 진짜로, 그거에 답을 해 주는 여러분 진짜 감사하고 내년에는 우리 다섯 명이도 이렇게 멋있는데 도영이랑 정우 오면 더 멋있겠죠?" (유타)올해 10주년을 맞은 그룹 엔시티 127(NCT 127)이 20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 마지막 날 공연을 개최했다. 멤버 유타가 마지막 소감에서 언급한 것처럼, NCT 127은 이번 '더 레드라인'을 비롯해 최근 세 번의 투어를 모두 '완전체'로 열지 못했다.
2023년 세 번째 투어 '더 유니티'(THE UNITY) 때는 당시 오토바이 사고로 활동 중단 중이었던 태일(이후 성범죄로 피소된 것이 드러나 2024년 8월 탈퇴)이 빠진 8인(태용·쟈니·유타·도영·재현·정우·마크·해찬)으로, 2025년 네 번째 투어 '더 모멘텀'(THE MOMENTUM) 때는 군 복무 중인 태용과 재현이 빠진 6인(쟈니·유타·도영·정우·마크·해찬)으로 각각 진행했다.
NCT 127이 '사이먼 세이즈' '낫 얼론' '영웅' 무대를 하는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에서는 약 1년 8개월 만에 여는 이번 '더 레드라인'은 지금까지의 투어 중 가장 적은 인원인 5인(태용·쟈니·유타·재현·해찬)으로 치러진다. 지난 4월 원년 멤버인 마크가 팀을 떠났고, 도영과 정우는 현재 군 복무 중이기 때문이다. 두 번의 투어와 그간의 활동에서 멤버의 '부재'를 채우려던 노력은 올해도 이어졌다. 줄어든 인원수에 맞춰 모두 파트가 늘었고, 달라진 무대 동선을 익혀야 했다.
하지만 '네오'(Neo)라는 분명한 음악색을 가지고 10년이란 시간을 걸어온 NCT 127은 멤버 수와 구성이 어떻게 달라지건 '최선'을 지향하며 열정을 쏟아내는 팀이라는 점을 '더 레드라인'으로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뜻하지 않게 발생한 모든 틈을 완전히 메꾸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지금의 5인 체제에서만 볼 수 있는 '한정판의 신선함'을 전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10주년에 여는 단독 콘서트이기에 첫 곡이 어느 때보다 궁금했다.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피냐타'(Pinata)가 나왔고, "지금부터 쇼타임(SHOW TIME)"이라는 가사로 마무리됐기에, 그 '쇼타임'의 시작이 뭐가 될지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첫 곡은 '체거시'였다. 아래는 '펀치' '소방차' 무대 연출. SM엔터테인먼트 제공
NCT 127의 선택은 '레거시'(Legacy)였다. 정규 7집 '블링이'(BLINGY) 수록곡으로, '한강 위를 감싸' '남산 위는 밝아' '한강대로 위로' '서울 위의 멜로디' 등의 가사를 통해 서울이란 도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널리 퍼뜨리겠다는 포부를 노래한다. 서울을 본거지로 삼아 서울 경도(127)를 팀명에 담기까지 한 NCT 127이 10년 동안 남긴 '유산'(遺産)을 첫 곡으로 선택한 점이 흥미로웠다.
전작 '더 모멘텀'에서부터 이어지는 영상, 공식 색인 쨍한 연둣빛(정식 명칭 '펄 네오 샴페인')으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 첫 섹션 '시스템 에러'를 반영하듯 어지럽게 얽힌 키네시스 와이어에 매달린 멤버들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강렬한 출발이었다. 몸에 부착된 장치를 떼고 탈출하려는 멤버들의 영상이 깔리면서 현재 이루어지는 '무대'와 사전에 찍은 '영상'이 하나의 흐름으로 동시에 존재하도록 설계한 것이 정교했다.
직전 두 번의 투어에서 '빛'을 다채롭게 쓰는 연출로 호평받았던 NCT 127은 '더 레드라인'에서도 케이스포돔 공연 기준 최대 규모인 100여 대의 레이저를 아낌없이 활용했다. 복싱을 콘셉트로 한 '펀치'(Punch) 무대 때, 레이저로 구현된 가로 13m-세로 10m 규모의 대형 사각 링이 펼쳐져 멤버들을 에워쌌다.
NCT 127 유타. SM엔터테인먼트 제공태용은 '더 레드라인'에서의 '펀치' 무대가 가장 좋았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요 위(공중)에서 링 내려오는 거 다들 보셨나. 너무 멋있지 않았나. 저도 솔직히 모든 '펀치' (무대를) 제가 다 했는데, 제가 했던 '펀치' 중에 정말 이만한 무대가 없었다. 무대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해찬은 "우리 모두 '펀치'한테 박수!"라고 했고, 태용은 "'펀치'야 축하해. 우리가 그동안 신경을 못 썼다. 넌 이런 애였구나"라고 전했다.
정규 7집 또 다른 수록곡 '피냐타' 때는 서울 지도 모양에서 착안한, '소방차' 앨범부터 시작해 어느덧 NCT 127의 상징이 된 '독개구리' 패턴을 입힌 험머 차를 타고 플로어 쪽에서 나타나 팬들의 비명이 터졌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와 펑키한 베이스, 브레이크비트 스타일 드럼의 조화 속 록과 힙합을 넘나드는 '공연용 곡'인 만큼 멤버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록으로 편곡한 '소방차'(Fire Truck) 무대는 "폭발하기 10초 전"처럼 "마치 로켓처럼 뜨거워"진 도시의 "열기를 식혀줄" 사람은 NCT 127이라는 가사에 맞게 구성됐다. 화면에 나온 불타는 도시는 본무대 위에서 쏟아진 워터 캐논으로 차츰 본모습을 찾는다. 검게 그을린 채 쓰러져 있던 도영과 정우 캐릭터는 불이 꺼지고 나서야 비로소 미소 짓는다. 이때 두 캐릭터 발 모양을 최대 길이 4m 규모로 설치해 입체감을 높였다.
NCT 127 재현. SM엔터테인먼트 제공최근 낸 타이틀곡 '블링이'(Blingy)는 비행기 조종석 시점의 화면이 나타났고, 하늘을 가르는 제트기에 초록색 레이저가 꼬리처럼 따라붙어 마치 '저격'하는 그림이 펼쳐져 시각 효과를 아낌없이 썼다. 또한 3분할된 화면을 하나로 합쳐 '블링이'라는 영단어를 띄울 때는 탁 트인 시야의 쾌감이 있었다.
초기 NCT 127의 '네오함'을 보여주는 대표곡이자 소화하기 힘든 고난도 안무로 널리 알려진 '체리 밤'(Cherry Bomb)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댄서들과 함께해 규모감을 살렸고, 후반부 멤버들이 V자 대형으로 다리를 양쪽으로 쭉 뻗는 안무를 할 때는 멤버와 댄서 모두를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해 안무와 대형 자체에 집중하게 했다.
또한 태용은 원곡에서 마크가 맡았던 후반부 랩 파트를 다시 써 '현재의 127'로서의 서사를 담았다. "독해져 버린 나인(NINE, 9)"을 지금의 완전체인 '7인'에 맞게 "독해져 버린 세븐(SEVEN, 7)"으로 바꿔 불렀다.
NCT 127 쟈니. SM엔터테인먼트 제공'사이먼 세이즈'(Simon Says)도 팔과 어깨를 활용한 트레이드마크 춤을 출 때 댄서들과 호흡을 맞춰 압도감을 선사했다. '영웅'(英雄; Kick It)에서는 거대한 붉은 용이 나오는가 하면 한자 '영웅' 글씨를 새긴 아웃트로까지 콘셉트를 충실히 표현했다.
비록 지금은 자리에 없지만 언젠가 돌아올 멤버들을 챙기는 세심함은 '더 레드라인'에서도 계속됐다. '더 모멘텀' 투어 때 태용과 재현이 '인트로: 월 투 월'(Intro: Wall to Wall)에서 영상과 음성으로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재현은 '레모네이드'(Lemonade)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알아가자'(Meaning of Love) 영상과 공연 마지막 쿠키 영상에도 나온 바 있다.
'에이요'(Ay-Yo) 후반부 이어지는 파트를 맡은 정우와 도영이 과거 '더 유니티' 콘서트 영상 화면으로 등장해 팬들의 폭발적인 함성을 끌어냈다. 뿔뿔이 흩어지게 된 멤버들이 다시 연락이 닿아 서로에게 달려가는 내용의 영상에서는 무대 위 5인을 비롯해 도영과 정우의 과거 모습도 나타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앙코르 마지막 곡 '다시 만나는 날'(Promise You)에서는 도영과 정우가 미리 찍고 간 본인 파트 부르는 영상으로 함께했다.
NCT 127 태용. SM엔터테인먼트 제공지난 4월 멤버 마크가 팀을 탈퇴하면서 또다시 멤버 변동이 생긴 NCT 127. "독해져 버린 세븐"이라는 새 가사, 과거 화면으로 틈틈이 함께하는 도영-정우의 흔적, '낫 얼론'(Not Alone) 무대 후 멤버들이 만들어 낸 "우린 함께합니다"(WE STAY TOGETHER)라는 글자, 영상에 등장한 "우리가 그리웠나요? 아직 여기 있어요"(DID YOU MISS US? STILL HERE)라는 문구 등에서 일관되게 '원 팀'을 강조하는 방향성도 특기할 만하다.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영상, 곡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적재적소의 연출과 각종 장치, 세트, 특수효과가 공연의 한 축을 든든히 받쳤다면, 다른 한편에는 NCT 127이 10년 동안 탄탄히 쌓아온 곡과 퍼포먼스가 있었다.
25곡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1곡을 타이틀곡으로 채우면서도 정규 7집 수록곡을 7곡 넣었고, 더 레드라인'에서 처음 공개하는 '논스톱'(Nonstop)을 비롯해 '제로 마일'(0 Mile) '서머 127'(Summer 127) '종이비행기'(Paper Plane) 초기 곡도 두루 담아냈다.
NCT 127 해찬.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여전히 NCT 127는 폭발적인 라이브를 선보이는 팀이었고, '체리밤' 안무를 그대로 소화하는 등 몸 사리지 않는 모습에선 일종의 투지까지 느껴졌다. 태용은 "멤버들이 안무 죽어도 안 하겠다고 해 가지고 이틀 동안 빌었다. '같이 안무해 달라' 하고. 근데 멤버들이 해줘가지고 훨씬 더 멋져졌다"라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다만 5인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모두가 평소 본인 몫보다 많은 파트를 맡았고, 보컬 둘과 래퍼 하나가 빠졌기에 일부 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공연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응원법도, 떼창도 어마어마했다. '시스템 에러' '탈출' '과부하' '조작된 진실을 마주한 시간' 다음을 장식한 '또 다른 질주' 섹션에서 정점을 찍었다. '피냐타'로 시작해 '소방차' '팩트 체크'(Fact Check)(불가사의; 不可思議) '영웅' '블링이'로 끝날 때, 멤버들이나 팬들이나 한 점의 에너지도 남기지 않고 쏟아붓는 듯했다.
NCT 127 공연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마지막 날 공연에는 군 복무 중인 도영과 정우를 비롯해 엔시티 위시(NCT WISH)와 남자 연습생들이 자리를 빛냈다. 태용은 연습생들을 가리켜 "SM의 미래"라고 하면서 "구시대의 유물… 저희는 과거"라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태용의 발언에 가장 크게 반발한 해찬은 "아임 스틸 트웬티세븐(I'm still twenty-seven)이라며 아직 스물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현 역시 "(NCT 127은) SM의 현재"라고 밝혔다.
"정말 여러분들이랑 한 호흡으로 즐긴 거 같아가지고 되게 뿌듯하다"라고 운을 뗀 쟈니는 팬들의 눈에서 빛이 난다는 걸 느꼈다며 "그 눈빛으로 저는 오늘 힘을 많이 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태용은 "여러분들도 오늘 도영이랑 정우까지 다 봐서 좋지 않았나"라며 "이렇게 다섯 명이서 굳건히 열심히 하는 모습 (도영-정우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내심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NCT 127은 '더 레드라인'으로 시야제한석까지 매진시켜 사흘 동안 3만 1500명의 팬들을 만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유타는 "여러분 재미있었나. 3일 동안 공연장 많이 채워주셔서 너무 고맙고, 오늘도 여러분들의 목소리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멤버들 진짜 수고했다. 진짜 너무 좋다"라며 "오늘도 내 이름표 많아서 좋았어!"라는 귀여운 인사를 전했다.
해찬은 "오늘도 이렇게 자리를 채워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번 콘서트 준비도 굉장히 타이트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재밌게 준비하면서 여러분들께 좋은 추억 선물할 수 있는 거 같아서 너무너무 좋다"라며 "얼른 도영이 형, 정우 형이 있는 '블링이'가 궁금하다. 미리 연습해 두라고!"라고 말한 후 "시즈니(공식 팬덤명 '엔시티즌'의 별칭) 사랑해!"라고 마무리했다.
도영이 준비한 10주년 기념 떡 케이크 앞에서 NCT 127 완전체가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 NCT 127 공식 트위터재현은 "스무 살에는 진짜 30살이 되면 10주년이 되면 어떨까 하고 정말 막연하게 되게 생각이 많았던 거 같다"라며 "막상 지금 되니까 별거 없더라. 지금 정말 후회 없이 다 쏟아내고 그날그날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보내는 게 더 좋더라. 오늘 공연도 후회없이 쏟아냈다"라며 "같이 건강하게 우리 매일매일 즐거운 시간 함께 보냈으면 좋겠고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사랑한다"라고 밝혔다.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지난 18~20일 사흘 동안 3만 1500명의 관객을 만난 NCT 127은 10월 3일 자카르타부터 내년 1월 16일 마카오까지 총 10개 지역에서 투어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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