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서 적발된 위반 사례 가운데 투기 목적이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되, 상속·고령이나 농촌의 관행적 임대차 등은 처분 대신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불법 전용 농지도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사후 절차를 거쳐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과 향후 조치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투기성 농지는 처분…허위 영농계획·불법 전용 등 엄정 조치
정부는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소유한 투기 행위와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에 대해서는 농지법에 따라 처분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을 설립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등이 대상이다.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만 공유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사례도 포함된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한 경우에도 원상회복명령 등을 내릴 방침이다.
정부는 2021년 공공기관 직원의 농지 투기 사건 이후 농지 취득·관리 제도를 강화했지만 개발 호재를 노려 허위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등의 투기 행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수조사에서 투기성 위반이 확인되면 처분명령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상속·고령·관행적 임대는 처분 대신 '정상화'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반면 투기 목적이 없는 농촌 현장의 관행적 위반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먼저 주기로 했다. 스스로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 상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부여하고, 자진 정비가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 의무를 유예한다.
농업인들이 편의상 서로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 농지를 한 명의 임차인이 모아 경작하는 등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실경작자가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 농지는 행정청이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러 명이 공유하는 농지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지분 과반을 보유한 공유자들의 동의를 받아 농지은행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대차 특별 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고령 농업인이나 상속·이농자가 휴경 중인 농지, 자경하기 어렵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방치된 농지도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맡길 수 있도록 한다. 맹지나 경사지 등 경작하거나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농지는 농지은행이 농지로 복구하거나 영농형 태양광 등 대체 활용 방안을 찾는 방안도 추진한다.
불법 전용 농지 38년 만에 양성화 추진
정부는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해서도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사후 양성화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다.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한 대규모 양성화 조치가 추진되는 것은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당초 전용 신고나 허가 절차를 밟았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상태로 남은 경우 사후 전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요건을 심사한 뒤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하고 추인해 합법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로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발전에만 사용하는 등 고의성이 명백한 위반은 자진 정비기간을 주고 본래 용도로 돌려놓도록 할 방침이다.
지목은 전·답이지만 장기간 임야화돼 실제 상태와 맞지 않고 농지로 복구할 실익이 낮은 토지는 실제 현황에 맞게 지목을 변경해 농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당정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의 대상·절차를 담은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 농촌 현실과 현행 농지제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도 병행한다. 농지 매입과 농지연금 등 관련 사업 예산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번 조치는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농촌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5월 시작된 전수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거쳐 8월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농촌 현장의 일반적·경미한 위반과 투기 목적의 중대한 위반을 구분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우리 농지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꿔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과 국민에게는 불이익이나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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