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992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부산의 한 복어 요리집에 지역 기관장들이 모였다. 현직 부산시장과 부산지검장과 부산경찰청장, 안기부 부산지부장은 물론 부산 교육감과 부산시상공회의소장 까지 합류했다. 모임의 좌장은 김기춘 민주자유당 부산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이들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선거에 '지역 감정'을 적극 활용할 것을 모의했다. 이날 모임의 결론은 '우리가 남이가'였다. 이런 내용은 당시 야당이었던 통일국민당 관계자의 녹취를 통해 세상에 고스란히 공개됐다. 명백한 관권 개입이었던만큼 부정 선거 여론이 들끓을 것으로 야권은 확신했다. 그러나 사태는 전혀 다르게 흘렀다. 민자당은 사건을 '불법 도청 행위'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보수층이 이에 적극 호응했고 영남권 유권자들은 '호남에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역결집했다. 결과는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압승이었다. '불법 도청'이라는 여당의 부수적 프레임이 선거 부정이라는 야권의 본질적 프레임을 압도한, 그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이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프레임 전쟁은 초원 복집 사건과 유사하다. 야당이 녹취를 폭로하며 김 후보자의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법적 녹취록 입수'라는 프레임으로 반전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결과는 초원 복집 사건과 사뭇 달랐다. 민주당의 녹취록 불법 입수라는 부수적 프레임은 '신약 로비 의혹'이라는 야권의 본질적 프레임에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인사청문회까지 거쳤던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어떤 프레임이 여론을 주도할까? 왜 똑같은 프레임 경쟁 구도인데도 다른 결과를 만들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의 눈높이 파악과 프레임 제공자의 신뢰도가 우선 꼽힌다. 현 시점에서 대중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에 호응하고 제공자가 믿을만할 때 해당 프레임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역 프레임을 제압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지금 격고 있는 인사 난맥상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된다. 정권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장관 후보자만 모두 5명이 낙마했다. 부동산 편법과 갑질, 불공정 등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지 않는 인사가 발목을 잡았다. 이는 대중의 심리와 국민 눈높이를 파악하는 시스템의 실패를 뜻한다. 인사와 민정, 정무 등 인사 검증에 관계된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인적 쇄신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 여당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프레임 경젱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 여당의 신뢰도는 정책에서 나온다. 일관성과 실효성, 개혁성을 두루 갖춘 정책으로 성과를 낼 때 대중들은 정부 여당의 말을 믿게 된다. 부동산, 일자리, 통상, 성장과 복지, 양극화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 외교 안보 등 현안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야당은 하기 쉽다. 책임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고'식 프레임 공세로 재미를 보면 그만일 때도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다르다. 시스템과 정책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말이 먹힌다. 정부 여당이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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