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올라온 카스테라. 독자 제공"카스테라나 롤케익, 단팥빵, 소보루빵 같은 경우는 평소보다 10배는 더 나가는 것 같아요."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1일 오후 제주 유명 빵집인 노형동 명당양과 본점. 문해창(40대) 실장은 명절을 앞두면 빵 판매량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에서는 명절이면 빵집이 대목을 맞는다. 차례상에 떡뿐만 아니라 각종 빵을 함께 올리는 제주만의 독특한 제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는 문 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빵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냉장 진열대 두 칸은 롤케익으로 가득 찼고, 팥빵과 소보루빵도 매대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문 실장은 "명절에 찾는 사람이 많아 미리 준비를 해놓는다. 제수용 카스테라와 롤케익 등은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며 "특히 명절 전날을 흔히 '떡하는 날'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카스테라와 롤케익, 단팥빵, 소보루빵, 크림빵이 평소보다 10배 더 나간다. 매출이 평소보다 3배 정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명당양과 문해창 실장이 소보루 빵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프렌차이즈 빵집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뚜레쥬르 제주이도초교점 김은정(40대) 점주는 "평소 카스테라나 롤케익 하루 판매량이 10개라면 명절 전날에는 50개 정도 된다"며 "요즘에는 직접 방문 대신 어플리케이션으로 편하게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 전인 벌초 때도 여럿이 나눠 먹기 편한 단팥빵이나 소보루빵을 잘 찾으신다"며 "우리에겐 이 시기가 가장 대목"이라고 말했다.
뚜레쥬르 제주이도초교점에 진열된 롤케익과 카스테라. 이창준 기자제주 차례상에 빵이 등장한 배경에는 과거 밀가루와 설탕이 귀했던 제주의 생활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찬식 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제주에서는 밀가루가 귀했고 설탕 같은 당분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며 "빵은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차례상에서도 특별한 음식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풍습이 오래된 전통은 아닌 것으로 봤다.
박 관장은 "밀가루가 원조 물품 등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해방 이후, 특히 전쟁 이후에 형성된 문화로 추정된다"며 "밀가루를 활용한 음식문화가 제주에서 오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전상에 올라온 단팥빵. 독자 제공제주의 '차례상 빵' 문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과 빵을 선호하는 가정이 줄면서 명절 특수를 체감하는 빵집도 줄고 있다.
문 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차례 문화가 사라지며 빵을 찾는 손님도 줄었다"고 했고, 김 점주도 "예전 판매량을 100개라고 하면 지금은 60~70개 정도"라고 말했다.
노형동 한 대형마트 베이커리 관계자는 "예전에는 차례상에 올린다며 빵을 사가는 주민들이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손님 대부분이 젊은 사람이나 관광객"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관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시대의 음식문화가 다시 변화하는 과정"이라며 "당시 빵이 특별하게 대접받았다는 점에서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