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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일한다…추석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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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돌봄·배달…추석에도 이어지는 노동
업무량 늘고 가족과의 시간은 연휴 전후로
"명절 노동에도 관심과 존중 필요"

추석 연휴를 앞둔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추석 연휴를 앞둔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연휴는 가족과 만날 수 있는 기회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번 연휴에 얼마나 더 바쁠까, 쉴 수는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아요."
 
추석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6시30분. 인천국제공항 탑승교 운영 노동자 조현승(39)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조씨는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항공기와 터미널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탑승교를 연결해 승객들이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맡는다.
 
탑승교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탑승객들은 항공기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활주로 위에 탑승객이 노출된 만큼 불편하고 위험하다.
 

"연휴엔 얼마나 더 바쁠까"…공항을 지키는 노동자

명절과 주말에는 평소보다 업무량이 두 배가량 늘어난다. 항공기 운항이 늘어난 만큼 조씨의 쉬는 시간도 줄어든다. 식사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워 도시락을 싸오거나 잠깐 짬을 내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씨에게도 가족이 있다. 하지만 정해진 근무표를 바꿀 수는 없다. 연휴에 근무가 잡히면 가족과의 시간은 연휴 전후로 조정해야 한다.
 
공항 운영 일정에 따라 정해진 근무표가 있는 만큼 조씨에게 연휴라고 근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휴에 근무한다고 추가 수당을 받거나 나중에 대체휴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조씨가 원하는 것은 큰 보상만은 아니다. 연휴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에 관리자가 직접 찾아와 격려하거나 작은 다과라도 건네면서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연휴마다 복무 점검은 강화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격려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씨가 이 일에서 느끼는 보람도 있다. 승객들이 탑승교를 지나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을 볼 때다. 여행을 앞둔 승객들의 표정과 들뜬 분위기를 보면 자신이 그 과정의 한 부분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이들의 집은 시설…추석에도 이어지는 돌봄

경기도 여주의 복지시설인 천사들의 집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김주혜(42)씨에게도 추석은 근무표에 따라 찾아온다. 김씨가 일하는 곳은 장애 아동들과 24시간 생활하는 시설이어서 모든 아이들이 명절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누군가는 시설에 남아 아이들과 추석을 보내야 한다.
 
이날 김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김씨가 맡는 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 식사를 돕고, 기저귀를 갈고, 머리를 묶어준다. 책을 읽어주고 학교에 다니느라 평소에는 부족했던 여유 시간도 함께 보낸다. 오후에는 목욕을 돕고 간식을 챙긴다. 명절이라고 해서 돌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시설에서는 일반 가정처럼 명절 음식도 준비한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명절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큰 행사를 열기보다는 아이들이 평소보다 여유 있게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씨의 가족은 친지들을 만나며 추석을 보낸다. 김씨가 근무하면 가족들끼리 명절을 보내고, 김씨는 근무가 끝난 뒤 가족과 시간을 맞춘다. 오랫동안 교대근무를 해온 만큼 가족들도 이런 생활을 이해하고 있다.
 
김씨 역시 때로는 자신의 가족과 추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근무하는 날에는 시설에 있는 아이들과 가족처럼 명절을 보낸다. 집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함께 즐거운 추석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했다.
 
명절 근무 수당은 별도로 지급된다. 다만 김씨는 수당 때문에 명절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근무표가 미리 정해져 있고 그 일정에 따라 근무하는 데다 아이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김씨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마음을 표현할 때도 큰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같은 시설에서 근무하는 이해선(49)씨의 연휴 근무는 더 길다. 이씨도 이날 김씨와 함께 오전에 출근했지만,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오후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한다. 주간근무와 야간근무가 연달아 잡혔다.
 
이씨는 야간근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근무와 수면 패턴이 달리지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 언제든 늦은 밤 갑자기 구급차를 불러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시설은 아이들의 집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평소처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날에 가깝다고 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장면도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나왔다. 최근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려오던 중 한 아이가 멀리서 이씨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왔을 때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생계 위해 일합니다"…연휴를 택한 배달기사

수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안보현(50)씨는 24일부터 27일까지 추석 연휴 내내 일을 할 예정이다. 안씨가 연휴에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다. 수원이 고향이어서 따로 이동할 계획이 없고 차례도 지내지 않아 일을 선택했다. 배달은 근무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명절이라고 배달 음식의 종류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씨는 연휴에는 가족들이 모이는 만큼 치킨이나 중화요리, 피자 등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귀향하지 않는 1인 가족도 적지 않아 디저트 아이스크림, 1인 메뉴도 많이 배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는 평소 오후 5~10시에 주로 일한다. 연휴 때에도 비슷하게 일할 생각이지만 수입은 평소보다 늘어날 것으로 봤다. 안씨에게 명절 노동은 누군가가 정해준 일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이 있다.
 

달라진 명절 풍경, 달라지는 명절 노동

추석 연휴에 일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항공기 이용객이 늘어 업무가 많아지는 사람도 있고, 생활시설에 남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생계를 위해 연휴를 일하는 날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박현준 대표는 이들의 노동을 바라보는 공통된 기준으로 '공익성'을 들었다. 명절 노동을 크게 보면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노동과 스스로 선택해 일하는 노동으로 나눌 수 있지만, 두 경우 모두 다른 사람의 명절을 위해 누군가가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의료·안전·돌봄 등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 있는 반면 배달처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모두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한다. 이들이 있어야 명절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명절 노동도 교통·의료·안전·돌봄 등 필수 영역에서 외식·숙박·문화·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명절 노동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박 대표는 명절 노동에 대한 보상 역시 돈이나 대체 휴가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사회가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배려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명절을 만드는 노동을 시민들이 직접 기록하고 공유하는 '명절 노동 지도' 같은 캠페인도 제안했다. 명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우리가 누리는 명절이 어떤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함께 살펴보자는 취지다.
 
박 대표는 "누군가에게 연휴는 가족을 만나는 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엔 평소보다 더 바쁜 근무일"이라며 "사회가 발전한 만큼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고마워하고, 규칙을 지키고, 서로 배려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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