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의 차석인 공사에 치한(亓菡)이라는 여성 외교관이 부임했다. 치한은 주로 유럽에서 근무했다. (사진 오른쪽)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중국이 최근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의 공사(公使)를 교체했다. 공사는 대사(大使) 부재 시 대사를 대신하는 대사관의 2인자다.
평양에 새로 부임한 중국 공사는 치한(亓菡)이라는 여성 외교관이다. 그녀는 주로 유럽지역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북한에 파견된 중국대사관 공사들이 모두 한국이나 북한 근무 경력이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현재 한국 주재 대사인 다이빙(戴兵)도 비슷하다. 2024년 12월 부임한 그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다.
전임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말을 잘 하고 국내 인맥이 '너무' 많았던 것과 대조된다.
최근 중국은 서울이나 평양의 대사관에 한반도 또는 아시아에 정통한 외교관을 보낼 필요를 덜 느끼는 것 같다.
남북문제 전문가가 오는 것이 우리에게 반드시 더 좋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이런 변화가 북러 군사동맹의 심화, 남북대화의 단절, 미국의 북한과 직거래 시도 등 변화된 정세 속에서 나온 것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12일 박태성 북한 총리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왔다. 주 북한 중국 대사관의 치한 공사가 부임 후 처음 대리 대사 자격으로 박태성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영접 인사 가운데 네 번째가 치한 공사로 추정되는데 얼굴 옆부분만 아주 조금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치한 공사가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공사로 부임한 시점은 2026년 6월 말과 7월 초 사이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대사를 대신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12일 평양공항에서 열린 박태성 북한 총리 귀국 환영식에서다.
중국에서 돌아온 박태성을 맞이하는 행사에 치한 공사가 참석한 것이다. 당시 왕야쥔(王亞軍) 주 북한 중국대사는 중국에 출장을 간 상태였다.
이어 지난 8월 27일, 치 공사는 조선노동당 국제부 중국과장 일행을 접견했다. 이때도 대리 대사 자격이었다.
북측에서는 허은혁 중국과장을 포함해 11명이 참석했다. 국제부 중국과(課) 소속 주요 직원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노동당 국제부 중국과는 북중 교류의 핵심 부서다. 최고위 인사들의 상호 방문도 이 부서가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노동당 국제부 의전과(儀禮課) 직원들도 접견에 함께 참석했다. 치한 공사는 이날 북측 실무자들과 상견례를 하고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부임 초기의 치 공사에게는 북한상황, 북중관계, 한반도 정세 등을 두루 파악하는 좋은 기회가 됐을 듯하다.
지난 8월 27일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의 치한 공사가 조선노동당 국제부 중국과의 허은혁 과장 일행을 접견했다. 장소는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으로 추정된다. 사진 속의 가운데 여성이 치한 공사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이전에는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의 차석, 즉 공사에 임명되려면 한반도 근무 경험이 필수적이었다.
중국은 지난 2011년 북한 주재 대사관 초대 공사로 관화빙(关华兵)을 보냈다. 관화빙(关华兵) 이후에는 장청강(张承刚) - 쑨훙량(孙洪量) - 펑춘타이(冯春台) - 치한(亓菡)으로 이어졌다.
역대 주 북한 공사(쑨훙량은 공사급 참사관)들은 모두 부임 이전에 한국이나 북한에서 경력을 쌓았다.
예를 들어, 직전 공사였던 펑춘타이는 한국에서 15년이나 근무 또는 거주를 했다. 이후 평양으로 옮겨가 중국대사관 공사로 3년 넘게 일했다. 외교관이 되기 전 그는 북한 김형직사범대학에서 유학했다.
하지만 치한 신임 공사는 그런 경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 2026년 6월까지 약 13년 동안 유럽지역을 담당했다.
특히 2013년 이후 3년 정도는 이탈리아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대리 대사, 총영사, 공사참사관 등으로 일했다.
그 뒤 2016년에 중국 외교부 유럽국(欧洲司)으로 귀임했고, 이후 승진해 최근까지 유럽국 부국장(副司长)을 지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3일 이벳 쿠퍼(Yvette Cooper) 당시 영국 외교장관과 진레이(靳磊) 선전(深圳)시 당서기의 회동에 배석했다는 기록이 있다.
평양 부임 직전까지 유럽 외교에 전념한 것이다. 치한의 근무지와 부서를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남북한 관련 업무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
2025년 10월 중국의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특이한 점은 유럽 경력이 많은 치한 공사가 북중간 교류가 매우 활발해진 시기에 평양에 부임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习近平) 국가 주석의 경우,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했다. 약 7년 만의 재방북이다. 재임중 북한을 2번 방문한 중국 최고지도자는 시 주석이 유일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2025년 9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후 박태성 총리를 비롯한 다른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중도 이어졌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줄줄이 북한 방문이다. 2024년 4월 자오러지(赵乐际) 전인대 상무위원장, 2025년 10월 리창(李强) 총리, 2026년 7월 왕후닝 (王沪宁) 정협 주석이 차례로 평양을 다녀갔다.
시진핑의 최측근인 중앙판공청 주임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도 지난 6월 시 주석을 수행해 북한을 방문했다.
최근 27개월 동안 권력서열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평양에 다녀간 것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이런 방북 러시는 북중관계 전 시기를 통털어 흔한 일이 아니다.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뜻이다.
두만강 자동차다리가 지난 9월 7일 개통됐다. 사진은 이날 개통행사에서 러시아의 빨간색 노후 승용차가 선두에서 들어오는 모습. 이 승용차는 1946년 김일성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으로 알려진 소련군 장교 야코프 노비첸코가 소유했던 차로 소개됐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주목할 점은 이런 정세 변화가 남북관계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내의 기존 쟁점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2024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및 북러 군사동맹의 체결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9월 7일 두만강 자동차 다리도 정식 개통했다. 사상 최초다. 북한군 3만~5만 명의 추가 파병설도 들린다.
중국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 잠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25년 10월 10일 밤에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모습.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 행사에 중국의 리창 국무원 총리가 참석해 관람했다. 조선중앙통신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 핵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통한 안정을 표방했다. 미국 주도의 UN 안보리 대북제재에도 동참했다.
하지만 2018년에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점점 북한을 자국의 영향권 아래 잔류시키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은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의 최고위층이 잇따라 평양을 방문해 협력과 지원 의지를 표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대화는 반갑지만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한국의 조정 능력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6년 넘게 한국과의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결국 한반도 문제의 중심 주제였던 북한 핵무기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 주재 공사에 남북 문제 전문가보다 유럽통 외교관이 더 쓰임새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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