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소방차의 긴급출동을 가로막는 주정차 차량 등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 있는 '강제처분'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집행된 사례는 최근 6년간 19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집행 건수가 늘긴 했지만, 현장 소방관들은 여전히 민원과 법적 책임 등을 우려해 강제처분을 주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정차 강제처분, 최근 6년간 19건뿐
29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소방당국이 실시한 강제처분은 모두 19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0건, 2025년 1건에 그쳤다. 올해 8월까지는 차량 13건과 물건 1건 등 14건에 대한 강제처분이 이뤄졌다.
AI 생성 이미지강제처분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당국의 긴급출동 과정에서 소방차의 통행이나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과 물건을 소방차로 미는 등 강제로 제거, 이동시키는 제도다. 보통 인명구조가 급박하고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이뤄진다.
실제로 불법주차로 소방차의 출동이나 현장 활동이 지연되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불법주차로 인한 출동 지연 사례는 2022년 8건, 2023년 0건, 2024년 8건, 지난해 6건, 올해 4건 등 최근 5년간 모두 26건으로 집계됐다.
교육·훈련 5천회지만…현장선 "한참 부족"
소방청은 강제처분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강제처분 훈련은 2023년 1232회, 2024년 1366회, 2025년 717회, 올해 1~8월 1789회 등 최근 4년간 5104회 실시됐다. 올해 8월까지만 소방관 1만 4578명이 훈련에 참여했고 차량 2807대가 동원됐다.
이는 올해 강제처분 건수가 14건으로, 0~2건 수준을 유지하던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꾸준한 교육·훈련과 홍보의 성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8개월간 시행된 강제처분 14건도 현장 소방관들이 체감하는 강제처분의 필요성에 견주면 매우 부족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AI 생성 이미지소방청이 지난해 전국 소방공무원 46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장에서 소방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상황을 얼마나 자주 겪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자주' 17%, '자주' 28%, '가끔' 45%로 응답이 집계됐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강제처분이 필요한 상황을 경험한 셈이다.
강제처분 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무려 99.8%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589명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와 반대로, 자신이 실제 강제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집행하겠다는 소방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제처분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시행하겠냐'는 질문에 '하겠다'는 응답은 44%에 그친 반면, 절반이 넘는 56%는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민원이나 법적 책임 등 개인에게 지워질 부담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이유는 '신분상 불이익 우려'가 4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행정처리 부담' 33%, '강제처분 요건 불명확' 10%, '소방차 훼손 우려' 7% 등의 순서였다.
'최근 6년간 강제처분 건수가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민원 발생 우려'가 48%, '법적 책임 부담'이 40%로 총 88%가 개인에게 돌아오는 부담을 우려하고 있었다.
"제도 본질 살리려면 국가가 적극 보호해야"
강제처분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올해 이뤄진 14건도 매우 적은 수치이고, 더 적극적으로 강제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소방관 개인이 보상하는 일은 없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조사를 받으러 오가는 일도 생기고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강제처분 제도의 본질을 살리려면, 어떤 상황에도 소방관 개인이 책임을 지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 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소방관 개인에 대한 보호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설문에 따르면 현 상황에 대한 개선책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63%가 '강제처분 후 행정업무를 전담부서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꼽았다. '민간 견인차량 활용'은 14%, '보험 보장 범위·금액 확대'는 12%, '교육·훈련 강화'는 8%가 뒤를 이었다.
이 교수는 이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양부남 의원은 "국민들의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재처럼 훈련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소방과 지자체가 국민들의 사회적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미디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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