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최고!'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 대한민국 이소희-백하나와 중국 류성수-탄닝의 경기. 금메달을 획득한 뒤 이소희를 백하나가 업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 귀중한 금메달은 32살 맏언니 이소희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소희-백하나는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에서 류성수-탄닝(중국)을 제압했다. 세계 랭킹 1위의 상대를 무려 1시간 51분 대접전 끝에 게임 스코어 2-1(26-28 21-18 21-18) 대역전승으로 잡아냈다.
한국 여자 복식에서 나온 24년 만의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2002년 부산 대회 라경민(한체대 교수)-이경원(현 대표팀 코치) 이후 이소희-백하나가 시상대 맨 위에 섰다.
그야말로 혈투였다. 이소희-백하나는 류성수를 앞세운 중국의 강력한 공격에 끈질긴 수비와 절묘한 코너 워크로 맞섰다. 20-18로 먼저 게임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류성수의 괴력에 41분 접전을 먼저 내줘야 했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는 굴하지 않았다. 2게임에서 이소희의 예리한 대각 스매싱으로 11-10으로 앞선 채 인터벌을 맞았다. 중국은 지친 듯 게임 막판 잇단 실수를 범하면서 이소희-백하나가 반격에 성공했다.
3게임이 압권이었다. 13-15로 뒤진 가운데 백하나의 강타 등으로 동점을 만든 뒤 이소희의 강스매싱으로 역전을 이루며 접전을 이었다. 특히 17-18로 뒤진 가운데 상대 강력한 공격을 막아낸 이소희의 신들린 수비에 류성수가 당황하며 커버했지만 실수를 범했다.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 대한민국 이소희-백하나와 중국 류성수-탄닝의 경기.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한 이소희와 백하나가 부상당한 중국 류성수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소희의 간절함은 기적으로 이어졌다. 이소희의 리턴을 몸을 날려 받으려던 류성수는 왼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한참 뒤 일어났지만 류성수는 움직이지 못하고 절뚝거렸고, 탄닝 혼자 한국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소희-백하나는 2023년 항저우 대회 은메달의 아쉬움을 날렸다.
하지만 이소희-백하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경기 후 류성수가 코트에 쓰러졌기 때문. 금메달 확정 직후 코트에 쓰러진 뒤 이경원 코치 등을 얼싸안은 이소희-백하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류성수에게 다가갔다. 류성수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백하나는 6살 언니 이소희를 번쩍 업고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이소희는 "사실 4명 중에 내가 먼저 쥐가 올라온 것 같았는데 류성수가 먼저 쥐가 나는 모습을 보고 좀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류성수는 4명 중 가장 어린 22살, 탄닝이 23살이었지만 10살 위인 이소희가 위기를 넘긴 끝에 금메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 대한민국 이소희-백하나와 중국 류성수-탄닝의 경기. 금메달을 획득한 이소희와 백하나가 24년 전 금메달리스트 이경원 코치(오른쪽) 등을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하나는 "2게임 후반 지고 있었는데 좀만 더 벌어졌으면 졌겠지만 언니가 잘 이끌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세리머니에 대해 "춤은 솔직히 생각이 안 났고, 언니를 업어준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소희는 "중국의 공격을 받아내야 승산이 있었고, 중국의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맏언니의 힘이 한국 배드민턴 역사의 한 페이지로 오롯이 새겨진 장면이었다.
둘은 지난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류성수-탄닝을 2-0으로 완파한 바 있다. 지난 1995년 스위스 로잔 대회 길영아-장혜옥 이후 무려 31년 만에 나온 여자 복식 금메달이었다. 이소희-백하나의 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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