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모 세리머니 한 박승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승리로 대표팀은 대회 4연패와 함께 역대 최다 우승 7회라는 대기록을 작성했으나, 영광스러운 쾌거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병역 면제 관련 언행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다.
논란의 도화선은 결승전 직후 터져 나왔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절박하게 금메달을 노렸던 주장 이기혁(강원)은 우승 직후 금메달을 치켜들며 방송 인터뷰 도중 "군대 안 간다"고 외쳤다.
결승에서 천금 같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믹스트존에서 "메달이냐, 트로피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19살 막내인 박승수(뉴캐슬)는 라커룸에서 소위 '전역모'를 삐뚜름하게 눌러쓴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해 눈총을 샀다. 23명의 엔트리 중 20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획득하게 된 상황에서, 대표팀에게 아시안게임이 오직 '병역 해결의 수단'에 불과했다는 뉘앙스와 함께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현역 장병들을 조롱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야구 대표팀이 실업리그 수준의 일본 사회인 야구팀을 상대로 고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한 후 불거진 병역특례 논란과 겹치면서, 이번 사태는 사그라들던 불씨에 다시 거센 기름을 부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주장 이기혁은 귀국 길에 "순간의 흥분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팬들께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박승수와 양민혁도 각각 SNS와 해명을 통해 조롱이나 비하의 의도는 없었다며 거듭 사과했으며, 대한축구협회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향후 선수단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품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운동선수가 전성기에 경력 단절 위기를 넘길 때마다 국민들은 이들의 병역 혜택에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 추신수, 손흥민 등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축하를 받았던 이유다.
최우진 SNS 캡처그러나 2026년 현재 한국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아시안게임은 축구 등 일부 종목에서 일본이 2진급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등 과거에 비해 대회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저출생 여파로 병역 자원이 급감하면서 징집률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병역특례 제도를 바라보는 대중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은 시상식에서 의젓한 거수경례를 선보이며 "특례를 받은 거지 면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병무청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체육요원의 복무규정 위반 건수는 총 42건에 달해 모든 선수가 모범적인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
땀 흘려 얻은 대기록의 가치는 일부 선수들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빛을 잃었고,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했다는 질책과 함께 정치권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거센 논란이 일자 제도 폐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예술·체육요원의 공익적 기여도를 인정해 유지를 선택한 바 있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를 마치 '징벌'처럼 여기는 듯한 태도가 반복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군대를 혐오하는 국가대표에게 군 면제는 가당치도 않다"고 꼬집었고, 나경원 의원도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낡은 제도"라며 제도 개편을 책임 있게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홍소영 병무청장은 "보충역 가운데 예술·체육요원 등 민간 분야를 상당 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종목별 대회의 위상 차이를 고려한 누적 점수제 전환이나 입대 기한 유예 등 제도 개편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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