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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5년…피해자 1%도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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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포항CBS [이슈철가방] FM 91.5 (금 13:05~13:30)
■ 진행 : 주재원 시사평론가
■ 대담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주재원 > 안녕하십니까? 이슈철가방 주재원입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던 참사, 벟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관련 개정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피해 구제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3일에는 포항에서 관련 캠페인과 유품 전시, 북토크 행사가 진행됐는데요. 이번 행사를 마련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을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소장님, 안녕하십니까?

◆ 최예용 > 안녕하세요?

◇ 주재원 >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벌써 15년이 지났는데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폐질환으로 사망하거나, 평생 고통을 호소하며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현재 피해자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 최예용 > 15년 전인 2011년 8월 31일, 정부의 역학조사 발표로 이 문제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이 제품이 처음 출시된 건 무려 32년 전인 1994년입니다. SK가 처음 개발해 출시했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들이 겪어온 고통은 30년이 넘습니다. 2011년 참사가 알려진 이후 15년 동안 정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8천 명이 넘습니다. 8천100여 명 정도 되는데요. 그중 약 2천 명이 사망자입니다. 사망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요. 4명 중 1명은 사망한 겁니다. 어느 질병도 이렇게 사망률이 높지 않습니다. 그중 약 6천 명이 피해구제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신고한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질병 가운데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 많기 때문입니다. 천식이나 기관지염, 폐렴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의 천식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가리는 판단 기준이 있습니다.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판정을 보류하거나 불인정하는데,이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 많습니다.

◇ 주재원 > 1994년부터 제품이 시판되기 시작했고,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2011년이잖아요. 그렇다면 그 이전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을 뿐, 가습기살균제의 영향을 받아 세상을 떠난 분들이 있을 수 있겠네요.

◆ 최예용 >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2005년이나 2006년쯤부터 대형 병원, 그러니까 소위 대학병원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 환자들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겨울철부터 봄철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병원에 실려 왔고, 그중 일부는 사망하고 일부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매년 겨울이면 환자가 늘었다가 여름에는 뚝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인을 몰랐던 거죠. 그러다가 2011년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와 응급실 의사들이 산모 환자들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상황을 발견했습니다. 산모 7~8명이 병원에 실려 왔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사망한 겁니다. 원인도 모른 채 사망한 거죠.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잖아요. 웬만해서는 그렇게 사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이 크게 놀란 겁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혹시 우리가 모르는 신종플루 같은 것이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 질병관리본부에 바로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역학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조사한 끝에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시에는 일단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가 나왔고요. 이후 동물실험 등을 거쳐 그해 11월 11일에는 모든 제품을 사용하지 말고 판매도 하지 말라는 강력한 정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 주재원 > 사망자들도 정말 안타깝지만, 생존해 계신 분들 가운데서도 평생 심각한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 최예용 > 맞습니다. 가습기살균제에는 PHMG 또는 CMIT라고 부르는 살균 성분이 들어갔습니다. 이 살균 성분은 사실 농약입니다. 외국에서는 농약 성분으로 사용하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성분을 물과 섞어 액상 제품으로 만든 다음, 가습기 물통에 조금 넣으면 그 안에 있는 미생물 등을 모두 살균해 안전하다고 광고한 겁니다. 물통 안의 미생물은 살균됐을지 모르지만, 가습기가 어떤 기계입니까? 물을 초음파로 잘게 쪼개 밖으로 수분이 나오도록 하는 장치잖아요? 그런데 그 수분, 그러니까 물방울이나 미세한 입자와 함께 살균제 성분도 공기 중으로 퍼져 나온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간과한 겁니다.

◇ 주재원 > 기업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까요?

◆ 최예용 >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SK가 1994년 처음 제품을 개발할 때 자체 연구팀 내부에서도 '이게 밖으로 나와도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수의학과에 안전성 실험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마치 안전성이 완전히 확인된 것처럼 자료를 내고, 그해 바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실험 결과가 나왔는데,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고 위험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한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의 잘못이 명백한 겁니다. 문제는 SK가 그렇게 제품을 출시한 이후 애경과 옥시, 이마트 등 국내에서 유명한 유통·제조업체들이 잇따라 모방 제품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들 역시 안전성 시험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8년 동안 약 50여 종의 제품, 1천만 개 가량이 판매된 겁니다.

◇ 주재원 >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적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 최예용 > 저희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해 보니까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겁니다. 800만 명이 넘습니다. 그중 약 12%인 95만 명 정도가 건강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되고, 사망자는 무려 2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고된 사람은 8천 명 정도이고, 사망자는 2천 명입니다. 그러니까 전체 피해 규모에 비하면 1%도 제대로 신고되지 않았고, 찾아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피해구제법은 6개월밖에 가동되지 않습니다. 내년 4월 7일이면 끝나는 겁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피해자를 제대로 찾고 진상도 제대로 규명하자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 주재원 > 피해구제법의 기한을 더 연장해서 피해자를 추가로 찾아내고, 이분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사실 살균제를 제조한 기업들의 책임이 굉장히 큰데요. 이 기업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졌습니까?

◆ 최예용 > 일부만 이뤄졌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016년 옥시 불매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하던 때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에 사건이 알려졌는데 무려 5년 동안이나 사실상 덮여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검찰이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갑자기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옥시로부터 독성 실험을 의뢰받고 조사 결과를 조작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 교수가 가장 먼저 구속됐고, 이후 옥시 사장도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일부 기업의 책임자들이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SK나 애경, 이마트 등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제품에 사용된 성분이 조금 달랐기 때문입니다. CMIT라는 성분은 당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5년 뒤인 2019년에 2차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때 관련자 일부가 구속됐고, 이후 석방되거나 재판을 받는 등 관련 절차가 이어졌습니다.

◇ 주재원 > 기업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여기에 더해 기업들은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책임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 최예용 > 이 질문이 나오면 참 답답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서울대 교수가 구속된 이유를 보면,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시장에서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이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였고, 전체 제품의 절반 이상이 옥시 제품이었습니다. 옥시는 사건이 불거지자 자기들 제품의 독성 실험을 한다며 서울대 교수에게 실험을 맡겼는데, 그 결과를 조작했습니다. 심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신한 쥐가 새끼를 사산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그러자 임신한 쥐가 아닌 건강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자고 했고, 그 결과 독성이 조금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이후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한 결과는 빼고 보고서를 두 개로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조작이 이뤄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서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 옥시는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었지만,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당시에는 100% 영국 기업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기에 외국인 임원들이 사장이나 이사 등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검찰 수사에서 이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수사는 한 명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책임의 절반만 물은 셈입니다. 피해자도 제대로 찾지 못했고, 기업에 대한 책임도 제대로 묻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기업의 책임이 크지만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 주재원 > 정부도 화학물질 안전 관리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 최예용 > 그렇습니다. 정부가 화학물질 안전 관리에 실패했는데도 그동안은 마치 책임이 없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24년 6월 대법원에서 정부 책임이 일부 인정됐습니다. 이를 근거로 더 이상 정부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됐고, 이제 정부도 일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에도 취임 직후 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사과한다는 것은 잘못을 인정한다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단 한 명의 공무원도 이 사건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많은 국민과 시민은 이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됐겠거니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처리된 것이 없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도, 피해자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2의 참사가 또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취지에서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피해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순회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재발 방지 문제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분이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계실 겁니다. 물론 재발 방지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됐던 PHMG나 CMIT 같은 살균 성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발 방지 대책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무엇이냐? 이 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분무형 생활화학제품이라는 점입니다. 가습기는 물을 미세한 입자로 분무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가습기 외에도 스프레이 방식으로 분사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 주재원 > 많죠.  헤어스프레이 같은 제품도 있고요.

◆ 최예용 > 헤어스프레이부터 화장품, 방향제,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각종 제품까지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제품에서 분사된 물질은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위 호흡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프레이형, 분무형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런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안전한지 확인하고 호흡 독성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시험 결과 안전하다고 확인되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면 재발 방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제도는 지금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그 정도의 강력한 분무형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강력한 안전 규제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 사람이 이렇게 죽고 다쳤는데, 그 정도의 재발 방지 대책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구요. 지금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CMIT나 PHMG처럼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독성 성분을 쓰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독성이 강하지 않더라도 호흡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방수 코팅제입니다. 비가 오는 날 등산하는 사람들이 옷에 뿌리면 물이 흘러내리도록 일시적으로 코팅해 주는 제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날 등산을 가는데 비가 온다고 하면, 전날 밤 옷을 걸어놓고 방수 코팅제를 뿌리는 겁니다. 실내에서 뿌리는 과정에서 제품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두세 시간 뒤 폐로 들어간 물질이 폐를 막아 폐 조직이 딱딱해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겁니다. 실제로 응급실에 실려 가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재발 방지 대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13일 포항시청 광장에 전시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사망자들의 유품. 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13일 포항시청 광장에 전시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사망자들의 유품. 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 주재원 > 알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별법이 개정돼 이번 달 8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달라졌습니까?

◆ 최예용 > 굉장히 획기적으로 전환되기는 했습니다. 그전에는 피해구제법이었습니다. 긴급 구제의 성격이 있었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많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판결이 나오지 않고 계속 지연되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일부 받아 긴급 구제를 하는 제도였습니다. 병원비나 사망자에 대한 장례비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었죠. 그러니까 제대로 된 배상과 보상을 하는 제도는 아니었습니다.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게 몇 년간 운영하다가 이재명 정부 들어 국가 책임도 있는 만큼, 임시방편적인 구제법이 아니라 제대로 배상과 보상을 하겠다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국가도 책임을 지고 기업으로부터도 정신적 위자료와 경제적 피해를 모두 포함해 배상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겁니다. 그 점은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실제로 어떤 항목을 어느 수준으로 배상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정도를 받을 수 있겠구나. 이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배상심의위원회가 국무총리실로 이관됐고, 사실상 위원회가 전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불만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이 법이 6개월짜리라는 겁니다. 10월 8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됩니다.

◇ 주재원 >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법이라는 말씀이군요.

◆ 최예용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배상과 보상 결과가 나왔는데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금액이 적다면 재심의를 요구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럴 기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두 번째로,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체 피해 추정 규모에 비해 신고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시간을 어느 정도 두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내년 4월이면 끝나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기업의 '종국성'입니다. 기업들은 계속 기금을 낼 테니 이 문제를 끝내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제대로 배상하고 보상한다면 피해자들도 끝내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자고 하는 종국성 주장이 법에 반영돼 있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배상과 보상으로 진전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주재원 > 특히 기한이 한시적이라는 점이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를 찾아내는 데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말씀이군요. 기한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계신 거고요.
참사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진상 규명이 좀 더 제대로 이뤄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최예용 >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옥시와 같은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분들이라고 책임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왜 수사하지 않고 처벌하지 않는 겁니까? 그중 사장 한 사람은 지금도 국제경찰의 적색수배 상태인데, 11년째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기업의 책임자, 특히 외국인 책임자들을 소환해 수사하고 처벌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정부의 책임입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공무원들을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아무런 조치 없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당시 책임이 있었던 공무원들을 출석시키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정부가 우리에게 사과했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진상 규명과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미봉책으로 덮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 더 노력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배상과 보상을 하는 법으로 바꾸고 제대로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 주재원 > 이런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전국 순회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최예용 > 서울 광화문에서도 여러 차례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참사는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지역에도 피해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역에 계신 분들은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그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언론을 통해 사회에 전달하자는 취지로 전국 순회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주재원 > 이번 포항 행사에서도 피해자들의 유품과 당시 사용됐던 제품들을 전시해 지역 주민들에게 참사를 다시 한번 환기하려는 의도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에게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습니까?

◆ 최예용 > 제품을 보면 '설마 이것 때문에 사람이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 주재원 > 예전에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제품들이죠.

◆ 최예용 > 지금도 이와 비슷한 제품들이 많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옥시라는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었습니다. 제품을 보면 '가습기 청소를 간편하게', '살균 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이 수백, 수천 명씩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산모까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할 때 굉장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주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품에 적힌 성분을 살펴본다고 해도 그것이 유해한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 주재원 > 맞습니다.

◆ 최예용 > 실제로는 기업과 정부가 제품 안전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호흡 독성 안전성 시험 같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았고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마트에 가서 제품을 고를 때 '이거 정말 안전한 거야?'라고 의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한 제품이 만들어지도록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일반 국민이 감시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그런 경고와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 주재원 > 이런 참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되겠죠.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로 하실 말씀이 많으실 텐데요.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최예용 > 저희가 국회를 통해서라도 피해구제법이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6개월이 중요합니다. 혹시 과거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소비자라면 꼭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당시 크게 아프지 않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신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폐질환이나 암 등이 발생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일단 신고하셔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분들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사용했던 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해당하는 분들에게 알려주십시오. 앞으로 남은 6개월 안에 꼭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 주재원 > 네, 알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었습니다. 소장님, 고맙습니다.

◆ 최예용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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