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지속에 '한국 패싱' 현실로[워싱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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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이미 전시 상황에 맞먹어
금기시됐던 '1400원대 뉴노멀'도 무색해져
불확실성,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 부추겨
포브스 "한국민이 앞으로 분할 지불 대가"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도 현실로 다가와
캠벨 국무부장관 "윤 대통령, 심각한 오판"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한국 방문 제외해
트럼프 당선인 이번 사태에 아무 입장 없어
尹, 대미 외교 운신의 폭 스스로 좁혀 놔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 속 '한국 패싱'?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지역커뮤니티에서 알고 지내는 ㅇㅇㅇ씨가 지난 4일(현지시간) 안부를 물어왔다. "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데 괜찮냐는 것"이었다.
 
본국에서의 정치 사찰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도망치다시피한 ㅇㅇㅇ씨는 "한국같은 선진국에서 우리나라 같은 일이 벌어질 줄을 전혀 몰랐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에게 '쿠데타와 계엄령은 좀 다르다'고 설명하다가 이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다를 것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그에게 "한국에 계엄령이 선포된 후 불과 몇시간만에 국회의 계엄해제안 통과로 원상태가 됐다"며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원상태'로 됐다고 한 말에도 자신이 없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전시 상황에 맞먹고 있는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대를 가볍게 돌파한 환율은 8일까지도 여전히 1420원대에 머물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한국 고위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금기시됐던 '환율 1400원 뉴노멀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떨어진 한화 가치에 외국인들의 한국 자산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고, 여기다 한국 주식까지 털어내면서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 포브스는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5100만 한국민들이 앞으로 분할하여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이 몸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입증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한국은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탄핵 가능성 등 대통령 교체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어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계엄해제안 통과→대통령 탄핵 무산' 등으로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일 한국에서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과 관련해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향후 평화적 시위를 강경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계엄령 선포'에 대해 대놓고 "윤 대통령이 심각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가 상대국 대통령에 대해 직설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현재 진행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에 당초 예정됐던 한국은 명단에서 빠졌다.
 
다음달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도 불안하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 상황'은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또 아직 공식 집권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전쟁, 시리아에 대해서는 취임 전이지만 꾸준히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과 한미일 3각 공조 및 인도·태평양 전략의 재편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당연히 카운터 파트너로서 제 목소리를 내야할 사안이지만 정권 교체기에 윤 대통령의 엉뚱한 '비상 계엄 선포'로 한국의 외교적 입지, 특히 대미 외교의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지난달 말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측 몇몇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바탕으로 직접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이같은 트럼프 당선인측 논의에서도 '한국 패싱'은 불보듯 뻔해 보인다. 
 
비상계엄 선포 전 논란이 됐던 윤 대통령의 골프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찰 노릇이다. 
 
'골프광'인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회동'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군 골프장을 애용해왔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이 그때도 믿기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허망한 말장난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사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아전인수'격에 매번 '언발에 오줌누기'식 변명이었다.

이번에는 안된다. 다들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렸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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