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성탄 예배. 순복음교회 제공12·3 내란사태의 여파로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맞이한 성탄절은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교회에서는 민주주의 수호와 평화로운 일상 회복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잇따랐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내란사태 후폭풍 속 교회·성당 "민주주의" 강조 메시지
25일 교회와 성당 등을 찾은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예수 탄생의 의미가 이 땅의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성탄 송년 메시지에서 "한국 정치가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깊은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비상계엄과 탄핵 등 중대한 정치적 현안은 법과 원칙, 민주적인 제도와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예수장로회 통합총회 김영걸 총회장은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말 올해는 예수님의 평화와 예수님의 기쁨이 우리에게 절실한 때"라며 "모두 예수님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평화와 기쁨을 이 세상에 전하는 아름다운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대주교는 성탄미사에서 "우리는 큰 혼란과 갈등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며 "민주적 절차와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하나님께서 이 정치적 혼란의 한복판에 개입하시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국민들의 놀란 마음을 위로하시고, 아직도 국가폭력의 역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치유하여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거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체포' 촉구
진보당은 성탄절인 25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대로변에서 정권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진보당 제공서울 시내 곳곳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오후 3시, 진보당이 주최한 정권 규탄 집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진행됐다. 경찰 비공식 추산 700여 명(주최 측 추산 1천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탄핵",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진보당 홍희진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이 오늘 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고 한다"며 "국민을 추운 겨울 길거리로 내몰고 대통령은 따뜻한 관저에 틀어박혀 있다"고 비판했다. 한 20대 대학생 참석자는 "최근 무력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며 "윤석열은 내란죄 수사에 불응하고, 한덕수는 국민을 무시하고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고 분노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광장이 살아있는 연대의 장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 광장이 우리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구나 하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오후 5시에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석자들은 캐럴 반주에 맞춰 "체포가 답이다", "국힘당 해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등의 구호를 외쳤다.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찬반 양측에서 각각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들도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광훈씨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성탄절 전국 연합 예배를 진행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4천여 명(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참석했다.
신자유연대 등은 오후 2시부터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대통령 수호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1천여 명(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모인 이 집회에서는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