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구속)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이 비상계엄 포고령과 담화문 등의 초안을 김 전 장관이 직접 작성하고 이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검토해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계엄 선포의 직접 이유였던 부정선거 의혹 관련 자문을 받은 사실, 또 김 전 장관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먼저 계엄을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점 등도 인정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를 맡은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된 이후 변호인단의 첫 기자회견이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장에 일부 언론사들의 출입을 막아, 한때 소란이 발생하며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우선 변호인단은 계엄 포고령 초안을 김 전 장관이 작성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직접 검토한 후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계엄은 일반적으로 통행금지 등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초안에는 해당 내용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일반 국민을 향한 계엄이 아니라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이) 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비상계엄의 기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윤 대통령과는 전혀 모르는 관계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육군사관학교 3년 후배인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2024년 8월 정보사령부 군무원의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건 △중앙선관위 서버에 대한 국외세력의 관여 등 사안에 대해 공식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선관위 관련 사항은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계엄 선포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한 '부정선거 의혹'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변호인단은 또 "김 전 장관이 직접 명확히 얘기한 사항"이라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김 전 장관이 한 권한대행에게 먼저 계엄 선포를 보고한 뒤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다만 건의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요인 체포조 운용' 의혹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변호인단은 "계엄법에 따라 계엄사령관은 계엄령 위반자에 대한 체포 권한이 있지만 체포조 명단은 없었고, 있을 수 없다"면서도 "포고령 1호가 정치활동 금지다. 정치활동이 예상되는 각 정당 대표나 주요 당직자에 대해 잠재적 (위반) 예상자로 판단하고 일종의 예방 활동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포 명단이 있었다는 취지의 사령관들 진술이 김 전 장관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잠재적 정치활동 대상자에 대해 예방 활동하라고 지시한 것을 그렇게(체포하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명확히 지시하지 않은 장관 본인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계엄 선포가 △국회의 권능 남용으로 인한 국헌 문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 감시권 회복 등 두 가지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는 적법한 권한 행사기 때문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만 계엄 사무를 수행한 주체인 김 전 장관의 경우 위법 사항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