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2번출구 앞에서 주최측 추산 3천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박인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3일 체포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체포를 촉구한 노동·시민단체, 정반대 목소리를 내 온 대통령 지지자들이 각각 철야 농성을 예고해 긴장 기류가 여전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공조본이 대통령경호처(경호처)에 가로막혀 약 5시간 30분의 대치 끝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자 "공수처의 행태는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며 "이들은 사회를 바꿀 의지도, 마음도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2번 출구 앞 차로에서 주최 측 추산 3천여 명이 참석해 윤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경호처 직원이 200명이 모였는데 수사팀은 120명이 갔다고 한다. 이러니까 '체포쇼'라고 하는 것"이라며 "아직도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공수처는 형식적으로만 바라보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저들이 제 손으로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힘으로 체포하겠다고 다짐했다"며 "1월 3일을 그 역사의 시작으로, 1박 2일의 투쟁을 완강하게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을 열고 4일까지 철야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행진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관저 입구 인근 한남초등학교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차로를 점거하며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체포를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오후 5시 13분쯤 4차 강제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이들은 오후 6시 현재 도로에 앉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관저 인근에서는 수천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전 7시부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이 중단되자 이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됐다", "공수처를 이겼다"고 외쳤다. 이들은 도로변에서 "윤 대통령을 지켰다",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기뻐했다.
특히 체포영장 집행 중지 직후 탄핵 반대 집회 발언대에 오른 전광훈씨는 "헌법 위에 있는 것은 국민의 저항권"이라며 "윤 대통령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국민 저항권을 계속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체포 저지를 위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인 기자다만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기한이 오는 6일까지인 만큼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병원 예약을 취소하고 이른 아침부터 집회에 참여했다는 김모(71)씨는 "공수처가 철수했다니 너무 기쁘다"라면서도 "공수처가 내일 또 처들어올까봐 아침밥을 빨리 먹고 밤새는 사람과 교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모(68)씨는 "(집행이 중지돼) 기쁘지만 다가오는 위기를 잘 넘겨야 된다"라며 "오늘 공수처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모습을 보고 간 것 같아 6일까지 매일 관저 앞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 인력 30명과 경찰 120명 등 총 150명의 공조본 수사인력은 내란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경호처와의 5시간 넘는 대치 끝에 집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공수처는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며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