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들로 막혀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버티기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호처를 비판하는 동시에 공수처를 압박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이른 시일 내 '쌍특검'(내란특검·김건희특검) 재표결도 추진하지만,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국민의힘에서 대량의 이탈표가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당장 수사보다는 여론을 통해 윤 대통령을 코너에 몰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향후 헌법심판을 통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명분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민주, 영장 집행 위해 최상목·오동운 '전방위 압박'
민주당은 5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불발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당은 우선 경호처와 공수처를 강하게 압박해 영장 집행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공수처를, 행정안전위원들은 국가수사본부를 직접 방문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오동운 공수처장을 향해 "재집행하지 않으면 정치적·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이와 함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탄핵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전방위 압박을 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최 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도부는 이를 공식 의견으로 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최 대행이 내란 공범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진압해야 한다. 즉각 (경호처 간부들을)직위해제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연일 비상의총을 열었지만,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의 시한은 6월 자정까지로 코 앞으로 다가왔다. 공수처는 만료 전 다시 관저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호처가 버티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영장 집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경호처는 앞으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 미래의 대통령 누구라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신명을 바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쌍특검 재표결 전망도 쉽지 않아…보수 결집 움직임
특검을 통한 신속한 수사를 펴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7일 쌍특검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쌍특검 재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범야권 192명이 전원 찬성할 경우 8표가 부족해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지난달 12일 표결 당시에는 국민의힘에서 내란특검법에 5명, 김 여사 특검법에 4명이 이탈했다
그러나 지난달 비상계엄 직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의 편지 등의 영향으로 강성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국민의힘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9~30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10명에게 지지 정당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이 40.4%, 국민의힘이 35.7%를 기록했다.
11월 둘째 주 조사에서는 양당 간 격차가 11.7%p였는데 7주 만에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어든 것이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조사(무선 RDD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9%(1010명)였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이에 따라 많은 수의 이탈표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통화에서 "현재 결집 움직임을 고려하면 이탈표가 많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수사 전망 어두워 탄핵 위한 여론전 힘 쏟기…의원들 장외투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대통령 체포 및 탄핵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공수처나 특검 수사 전망이 어두운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은 여론전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계엄 사태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다는 점을 이용, 윤 대통령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탄핵 명분을 키워 조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수사로 윤 대통령을 당장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할 일은 국민 곁에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민주당은 이날 경호처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진상조사단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종준 경호처장이 직원들에게 '몸싸움에서 밀릴 경우 공포탄을 쏘고, 안 되면 실탄도 발포하라'고 명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단은 "지난 3일 공수처장이 요원들의 안전 우려와 경호처 직원들의 개인화기 소지 때문에 철수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같은 안전 우려가 실제 상황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정치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활동을 재개했다. 이 대표는 SNS에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폭설 속 담요를 뒤집어쓴 채 앉아 있는 듯한 그림을 올렸다. 이는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찬성 집회에 나선 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도 광장으로 나섰다. 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이날 오후 7시부터 관저 앞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