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CBS 이균형 보도국장새해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9분, 전남 무안 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기장은 관제탑과 교신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조난신호 '메이데이'를 세 번 크게 외쳤다. 이어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불과 4분 만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무려 179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항공 참사 현장 취재를 다녀 온, 필자가 속한 전북 CBS의 후배 기자는 방송을 통해 처참한 현장 상황과 유족들의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전하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여기에 후속으로 들려 온, 최후 순간까지 승객을 살리려 조종간을 놓지 않고서 콕핏 패널에 손을 뻗은 항공기 기장 소식에 우리들의 가슴 속은 먹먹함으로 채워졌다. 지금도 들려오는 수많은 유족들의 통곡 소리를 그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거듭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애도할 뿐이다.
이처럼 최후 순간까지 승객을 살리려 조종간을 놓지 않은 '파일러트'가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만 살겠다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팬덤'을 향해 '메이데이!'를 외쳐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 나라의 '프레지던트'다. 우리는 전자의 '파일러트'를 '살신성인'이라 쓰고 그 행간에 '리스펙트'를 담는다. 그런데 끝까지 낯부끄러움을 모른 채 조종간을 놓지 않는 '프레지던트' 기장을 우리는, 아니 국민들의 7~80%가량은 '비루하다'고 쓰고 긴 한숨을 담는다. 한 프랑스 정치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그런데 어쩌다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이 모양이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 도로에서 농성을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경찰들이 강제해산시키고 있다. 류영주 기자최근 우연히 접하게 된 아재개그 하나가 있다.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세 글자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정답은 '또 lie'라고 한다. 갑자기 웬 격 떨어지는 단어를 끌고 왔느냐고 눈살을 찌푸리실지 모르나, 필자가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며 마땅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던 차에 때맞춰 날아든 아재개그다. 왜 '또 lie'냐고? 자, 지금부터 하나씩 조목조목 짚어보자.
"남에게 십원짜리 피해 한장 준 적 없다"던 장모께선 왜 법정 구속이 되셨을까? 우리 프레지던트께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단언하셨던데 왜 그랬을까? 본인이 범인임을 자인하는 것인가? 또 계엄 사태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면서 왜 경호처 뒤에 숨는가? (내친 김에 경호처에게도 한 마디 던진다. 계엄 사태로 인해 애먼 충암고 출신과 육군사관학교가 온당치 못한 돌팔매를 맞고 있는데, 훗날 자긍심을 가지고 대통령 경호처에서 일하게 될 그대들의 후배들에게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였다는 대통령의 말과 달리, 무려 수만 발의 실탄이 지급됐다는 것을 비롯해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거짓말 퍼레이드는 식사로 치면 진수성찬의 '뷔페'급이다.
12.3 비상 계엄을 통한 내란에 이어 국가 법질서까지도 무력화시키는 이 나라 대통령, "끝까지 싸울테니 힘내라"며 나라가 쪼개지든 말든, 지지세력에 펌핑을 해대는 대통령을 보노라면 이런 상념에 젖어들게 된다. "나라님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왜 국민이 나라님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하나…" 하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출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가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는 말은 근거가 없고,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했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함께, "성찰(검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어록은 나훈아의 히트송 가사와 함께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곱씹어 볼만 하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 소크라테스형!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