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뤄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5일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도권 경찰청 광역수사단과 안보수사대 경찰 인력을 동원해 '윤 대통령 체포조'와 '경호처 체포조'를 나눠 구성하는 등 치밀한 준비 태세를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 집행의 선결 과제로 여겨졌던 '강경파'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경호차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 사퇴 후 김 차장이 실권을 쥐게 된 경호처의 표면적 입장이 '집행 저지' 쪽으로 보인다는 점은 공조본으로선 부담 요소이지만, 적극적 채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면서 안전하게 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날 공조본은 체포영장 집행이 언제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초읽기 상황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과 인천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단 지휘부는 오전 10시쯤 서울 홍제동에 있는 경찰청 안보수사단에 모여 영장 집행 방식 등을 논의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막바지 논의가 이뤄진 만큼 공수처 검사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현장에 투입될 경찰 수사관들은 대기 명령을 받은 상태로, 체포영장 집행 명령이 내려지면 곧바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경찰은 이번 작전에 1천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1차 영장 집행 때 공수처와 경찰을 합쳐 150명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입 계획이다. 명확한 영장 집행 저지 행위가 이뤄지면 4인 1조로 대상자를 체포하는 방안이 이번에 검토됐는데, 이를 위해선 다수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 펜스와 차벽이 설치되어 있다. 윤창원 기자형사기동대와 마약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들의 합류로 1차 영장 집행 때에 비해 공조본의 체포 전문성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조본은 앞서 경호처 직원 200여 명이 관저 건물 앞에서 '인간 벽'을 치는 등 강한 저항을 하는 바람에 집행 착수 약 5시간 30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경찰은 '안전'을 영장 집행의 주요 원칙으로 내세우면서도, 집행을 명확하게 막는 이들은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해 온 만큼 적극적인 채증을 통해 심리적으로 경호처를 압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경호처는 지휘부 주요 인사들이 사실상 무력화되거나, 체포 위기에 놓이면서 내부 균열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의 중심이자 대표적인 '강경파'로 거론되는 김성훈 차장의 세 차례 출석 요구 불응 이후 그에 대한 체포영장도 법원으로부터 이미 받아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가 공조본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1차 집행을 막아설 때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경호 대상이라는 '대통령경호법'을 방패로 내세웠는데, 이번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경호처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가 먼저 이뤄질 경우 경호처는 해당 법을 방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만 광역수사단 형사 등 270여명이 이번 체포 작전에 투입되는데, 이 중 공수처에 파견 발령되는 190여명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경찰 특수단)으로 투입되는 80여명은 김 차장 등에 대한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단독]경찰, 윤석열·김성훈 체포조 각각 운영…경기남부 270명 투입)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윤창원 기자 경찰 특수단과 공수처, 경호처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3자 회동'을 열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가기관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한 데 따른 경찰 주도의 후속 조치로 풀이됐다.
그러나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회동에서 이들은 입장차를 좁히진 못했다. 공조본은 회동 후 "경호처에 안전하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경호처는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조본과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대통령 관저 안에서는 헬멧과 전술복으로 중무장한 경호처 직원들의 모습이 언론에 여럿 포착됐다. 이들이 맨 가방이 '소총 가방'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야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에게 무기를 휴대해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윤 대통령 측은 "가짜뉴스"라며 반박했지만 관저를 둘러싼 긴장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호처 직원들이 무기 등을 이용해 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을 위협한다면 형사 처벌은 불가피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경호처 직원 다수가 무기를 꺼내 위력을 과시할 경우 이들에게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해당 혐의의 법정 최고형은 7년 6개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