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이 입주한 건물 앞에 취재진. 연합뉴스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1호 사건'으로 정조준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주요 피의자 이일준 현 삼부토건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조성옥 전 회장 측이 모종의 계획을 진행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이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이 회장에게 오는 10일 광화문 특검 사무실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회장은 특검팀이 출범하기 전인 지난 5월 CBS노컷뉴스와 만나 먼저 삼부토건을 인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A씨가 추천해줬다. 원래 2천억 원 짜리 회사인데 700억 원에 나왔다고 해서 살펴보게 됐다. 사업 수지를 살펴보니, 영업이익이 80억 원 정도 되고, 남양주에 땅이 2만여 평 정도 있었다. 시행·시공만 잘 하면 1500~2000억 원 정도는 남을 것 같아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하고 있는 화장품회사 디와이디(DYD)를 통해 2022년 5월부터 삼부토건 인수 작업을 진행해, 2023년 2월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 회장이 언급한 A씨는 삼부토건의 비공식 부회장이자, 이 회장이 소유한 또다른 회사 웰바이오택의 '그림자 부회장'이다. 등기이사로 등재된 적은 없지만, 회사 안팎에서 '부회장'으로 불린다.
이 회장은 삼부토건을 인수하면서 경영진에 조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응근 전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그쪽(조 전 회장 측)이 (삼부토건) 매각 조건으로 이 전 대표이사의 자리를 3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우리도 업무 인수인계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그 조건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회장과는 "딱 한 번 만난 사이"라며 선을 그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연합뉴스이응근 전 대표는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기점인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폴란드 포럼)에 참석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조 전 회장에 보고한 인물로, 특검의 첫 소환 대상이었다. 특검팀은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 약 290억 원 중 3억원이 이 전 대표 일가에 입금된 것을 확인해, 이 전 대표가 단순히 조 전 회장의 지시를 수행한 것을 넘어 주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일준 회장은 삼부토건을 인수한 뒤 조 전 회장 측이 가진 삼부토건의 주식 보유량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회사를) 인수할 때는 (조 전 회장 측이) 얼마나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랐고, (금융당국이) 전·현직 임원들을 고발하고 난 최근에야 (조 전 회장이 대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일준 회장은 폴란드 포럼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하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대대적으로 떠오른 상황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검찰 출신의 정창래 전 대표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사업 계획은 진정성 있는 사업 구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일준 회장은 조 전 회장 측이 모종의 일들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는 "A씨를 통해서 내게 부실한 기업을 넘기려고 한 것 같다"며 "그쪽에서 이종호씨와도 가깝지 않았겠느냐. 그런 소문도 있다. 그러니까 이종호씨가 '삼부 체크'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긴 지 약 일주일 후 폴란드 포럼이 열렸으며, 포럼 당시 1500원 안팎이던 삼부토건 주가는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치솟았다.
특검은 오는 10일 이일준 회장을 직접 소환해 삼부토건 인수 과정과 우크라이나 해외 사업 경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또 그 전날에는 정창래 전 대표도 소환 조사한다. 특검은 이미 지난 6일 이응근 전 대표와 함께 폴란드 포럼에 참석했던 전 삼부토건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상황을 파악했다. 그 삼부토건 관계자는 과거 금융당국 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폴란드 포럼 진행 상황을 조 전 회장에게 유선으로 보고하고, 보도자료 배포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앞서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첫 수사대상으로 정하면서 삼부토건과 디와이디 등 회사 6곳, 관련 피의자 주거지 7곳 등 총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그 과정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실제 그해 5월 초 1천원대였던 삼부토건 주가는 약 2개월 만에 5천원대로 급등했다.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폴란드 포럼 참석 등이 주가상승의 호재로 작용했다.
이 회장은 보도 이후 인터뷰 내용 일부에 대해 정정을 요청해왔다. 그는 "조 전 회장 측이 매각 조건으로 이응근 전 대표직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 노조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해 협의한 것"이라며 "이응근 전 대표가 조 전 회장 측 인사라는 취지로 대화한 것인데,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