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위' 좌초로 갈등만 키운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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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권 출당·인선 갈등…안철수 "날치기 혁신위 거부"

안철수 추천 이재영·박은식 혁신위원서 제외
짙어지는 '혁신위 무용론'…당권 경쟁 격화 조짐
8월 중순 전당대회…안철수 "혁신 당대표 도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안철수 혁신위원장 사퇴로 혁신 동력을 잃었다.

안 위원장이 일종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했던 전임 지도부 대상 인적 쇄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과 혁신위원 임명 과정에서 사실상 패싱됐다는 점이 주된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혁신위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던 국민의힘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나아가 '인적 쇄신'을 둘러싼 이번 충돌은 곧 다가올 당권 경쟁에 맞물려 당 지도부를 위시한 주류와, 비주류 반발 세력 간 갈등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날치기 혁신위'라며 사퇴…'쌍권 출당' 쇄신안도 거부당해


안철수 의원은 7일 오전 돌연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혁신위 출범을 발표한 지 불과 20분 만이었다.

혁신위원 인선, 그리고 혁신 방향에 대한 비대위와의 소통에 '벽'이 있었다는 게 사퇴의 핵심 이유로 꼽힌다. 안 의원은 "처음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대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했다.

핵심은 '쌍권(권성동·권영세)'을 겨냥한 인적 쇄신 요구였다. 안 의원은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해 출당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은 CBS노컷뉴스에 "자진 탈당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하려 했지만, 송 위원장과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혁신위원 인선 발표 과정에서 '위원장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비대위가 확정한 혁신위 명단이 안 의원과 사전 협의 없이 공개됐다는 것이다. 안 의원 측은 "합의안이 있든 없든 발표 전 위원장에게 명단은 최소한 보여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안 의원이 혁신위원으로 추천한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과 박은식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이 명단에서 빠졌던 점도 갈등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이재영 위원장은 통화에서 "(제가 명단에서) 빠진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았다"며 "혁신위원장이 하자고 했는데 그게 안 될 리가 있다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비대위는 이재영, 박은식 위원장을 혁신위원으로 앉히자는 안 의원 제안에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자 안 의원은 호준석 대변인 혁신위원 선임을 추가로 제안했지만, 비대위는 가타부타 의사 확인도 없이 혁신위원 명단을 짜 언론에 공개했다.

반면 안 의원이 거부한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혁신위원에 포함됐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 명단은) 전체적으로 합의된 안이 아니다"라며 "이 안이 이렇게 비대위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대위는 저와 박은식 위원장을 콕 집어 뺐다. 당은 혁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혁신 호소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원에 이름을 올렸던 송경택 서울시의원도 통화에서 "안 의원이 기준을 세웠던 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이라며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는 인사를 (비대위가) 자꾸 제안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아쉽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혼란 빠져드는 국힘…'인적 쇄신' 두고 당권 싸움 격화 조짐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지만, 이미 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먼저 안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날아든다.

안 의원 사퇴 기자회견 직후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제일 먼저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한(한동훈)계에서는 "스포트라이트 실컷 즐긴 뒤 이제 와 그만두고 당대표 나간다 하면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는가(박정훈 의원 페이스북)"라거나 "껍데기 혁신위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지만 애초 권한 보장도 못 받고 수락한 안 의원 처신도 안타깝다(정성국 의원 통화)"는 등의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인적쇄신 요구의 당사자 격인 권영세 의원도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라며 안 의원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당내에선 이번 사태로 '혁신위 무용론'이 한층 짙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원장은 임명직인데 당 중진이나 자기와 정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쳐내려고 한다면 당내 권력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며 "송 위원장이 혁신위를 띄우려다 오히려 난감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예정된 가운데, 새 당대표의 '인적 쇄신' 의지에 따라 향후 당 혁신의 방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혁신 당대표'를 내건 안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고,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도 인적쇄신위원회 설치와 공천 혁신 등을 내세워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장성민 전 의원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물론,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 지난 대선 경선 후보들도 자천타천 언급된다. 장동혁 의원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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