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8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한 각종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의혹 등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이진숙 위원장의 발언내용과 관련 판례, 법률자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볼 때 "유튜브 출연·발언 행위는 단순한 개인적 의견 표명을 넘어서 객관적인 내용상 특정 정당을 거명하면서 직접 반대하는 취지가 명백한 발언에 해당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인식과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며, 자신의 특정 정치적 성향을 인정하고 수용하거나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옹호 또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를 수차례 한 것"이므로 "정치적 목적이 있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각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다수의 독재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형태"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회는 이 위원장의 발언이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해당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97만-171만 명에 이르는 등 불특정 다수인이 시청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튜브 채널은 '여럿이 모인 장소'로 볼 수 있거나 '집회에서의 발표나 간행물에 싣는 행위 이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행위의 양태에도 해당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 위원장의 유튜브 출연·발언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의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또 이 위원장이 "일반 공직자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가 요구되는데도 유튜브 채널에 여러 차례 출연해 특정 정당을 직접 거명하면서 이를 반대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발언을 하는 등으로 물의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이 위원장에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다만 이번 사안이 "중대한 사안이긴 하나 직무 권한을 이용하거나 기관 자원을 동원, 방통위 업무 수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사실은 없다"며 이 위원장을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한편 감사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는 선거방송심의위원 위촉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류희림 전 위원장이 자신의 지도교수였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을 선방위원으로 위촉한 것이 위법하지는 않지만, 향후 선방위원 위촉 시 복수의 추천단체로부터 여러 후보를 추천받고 상임위원회가 아닌 전체회의에서 결정하는 등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