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서 바라본 군함도. 연합뉴스일본의 군함도 관련 후속조치 미이행을 유네스코에 공식의제로 올리려 한 시도가 결국 무위로 돌아가자 정부가 유감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한일 간 초유의 표대결까지 벌어지며 과거사와 협력을 '투트랙' 기조로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대일외교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대통령실은 전날 유네스코에서 일본의 군함도 관련 약속이행 점검이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일본이 근대산업시설과 관련하여 스스로 한 약속과 이 약속이 포함된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이재웅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결과적으로 의제 채택에 필요한 표가 확보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일본이 세계유산위의 관련 결정과 스스로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지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7차 회의에서 정부는 일본이 군함도 관련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에서 설치된 세계문화유산 안내판. 연합뉴스반면 일본은 한일 양자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며 이 문제를 뺀 수정안을 제출했다. 결국 21개 위원국 비밀투표에서 찬성 7표, 반대 3표, 무효 3표, 기권 8표가 나오면서 일본 측 수정안이 채택됐다. 유네스코에서 표결로 안건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한일 간 표 대결은 처음이다.
일본의 전략에 허를 찔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안건 채택에 대해 표결이 아닌 회원국의 합의를 유도하려 했지만 일본은 근대산업시설 의제를 뺀 수정안을 역으로 제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는 회의 규칙상 수정안을 우선 검토하는데, 한국이 수정안에 반대하면서 투표를 요구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자는 일본의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공식적으로 표결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우리 측 반대의사를 확인한 사무국이 위원국의 반대가 있어 표결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다만 정부는 결과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투트랙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외교부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해 나가면서도 일본 측과 상호 신뢰 하에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