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9일 진행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특검 수사는 탄력을 받으며 외환죄 등으로 수사 대상과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지만, 기각될 경우 차질은 불가피하다.
'증거인멸 가능성' 쟁점…尹측 '법원 구속취소' 등 근거 제시 전망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이날 오후 2시 15분에 진행한다.
지난 1월 중순 이뤄진 1차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비교할 때 장소는 서부지법에서 중앙지법으로, 영장 청구 주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특검으로 바뀌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지 123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 회유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이날 영장실질심사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을 들어 윤 전 대통령 측이 회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내란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다른 사건들보다 진술 증거의 증거 가치가 매우 높은데,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잘 알아 사건 관계인이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특검팀은 영장 청구서에서 전체 분량 중 상당 부분을 범죄의 중대성 및 재범 위험, 피해자·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 등을 구속이 필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도주 우려 가능성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도 구속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통상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과 도주 가능성을 고려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정한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주요 혐의인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관련해 한차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있었다는 점과 특검의 소환 조사에 응하고 있어 구속의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대기 장소는 서울구치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서울구치소 또는 서울중앙지검이 유치 장소로 돼 있는데 서울구치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란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체포영장 집행 저지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행사 방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등 크게 다섯 가지다.
尹 직접 출석…9일 늦은 밤이나 10일 새벽 결과 나올 듯
사진공동취재단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는 검사들을 공개하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박 특검보는 "심문 시작 전까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억수·장우성 특검보,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 등이 참석해 PPT 등을 활용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열리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직접 출석할 예정으로, 최후 진술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1월 영장실질심사에서는 40분 정도 변론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강력·특수통 출신 김홍일 변호사를 포함해 특검 조사에 입회한 배보윤·송진호·채명성 변호사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심문 전 특검과 피의자가 만나는 인치 절차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경호팀과 합의했다. 법원 앞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영장을 집행해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관 321호 법정으로 인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참여하는 재판은 중계가 가능한데, 이날 구속영장 심사와 관련해 특검팀은 "특검법에 중계가 가능하다고 나오지만 현재 이와 관련해선 요청이나 신청 계획이 없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영장 발부를 위한 재판이기는 하지만 법원에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은 중계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 늦은 시간이나 10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게 되면 '외환 혐의' 수사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과 허위 공문서 작성 공모 관계에 있는 한덕수 전 총리는 물론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과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도 수사는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속도전을 보이던 특검의 수사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법원 인근에서 총 2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맞은편 정곡빌딩 근처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법원 근처에 30여 개 부대(2천여 명)와 안전펜스 등 차단 장비 350여 점을 배치한다.
경찰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벌어진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