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2025년 7월 9일) |
권성동 의원 : 윤상현 의원 압수수색은 문제가 많습니다. 돈이 오고 간 것도 아닌데 왜 영장 범위에 자택까지 포함이 됩니까? 과잉 수사를 방치한 법원도 규탄해야 합니다.
의원 일동 : … (침묵)
송언석 원내대표 :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원 일동 : …
송언석 원내대표 : 대답 없으시면 동의하신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의원 일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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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에 대응할 기구를 만들자는 당 지도부 제안에 이처럼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침묵만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권을 향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전방위적 수사에 대응할 뚜렷한 전략을 찾지 못한 탓에 자체적인 역량을 모으기보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특검 수사 대응 TF를 꾸리자고 제안했을 때 호응한 의원은 단 1명도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총회 직후 "참석하신 의원님들이 만장일치로 기구 설치에 대해 동의하셨다"고 박성훈 원내대변인이 기자들 앞에서 밝힌 것과 실제 분위기는 달랐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시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 정점식 현 사무총장 등 전현직 지도부나 율사 출신 의원들이 전날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특검이 압수수색한 데 대한 부당함을 역설한 직후였는데도, 나서는 의원이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 있었던 한 초선 의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아무도 반응을 안 하니까 그것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것인데, 우리는 동의한다고 한 적 없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아니, 송 원내대표가 '반대하시는 분이 좀 계시는 것 같은데 말해보시죠'라고 하는데 누가 나서서 얘기를 하겠는가?"라며 "아무도 얘기를 안 하니까 '만장일치로 하겠다'고 그냥 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아무도 나서지 못한 배경에는 전방위적 수사에 대한 위기감과 서로를 향한 불신이 교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내란특검이 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원들을 겨냥하고, 김건희 특검이 과거의 지방선거나 재보선, 총선 공천 과정을 되짚으면서 당에 큰 혼란이 벌어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국민의힘 내부에 깊숙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 중심으로 위기감이 장난 아닐 것"이라면서도 "같은 당 동료의원들에게 '저기 가서 칼 맞으라'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으니 그저 가만히 지켜 볼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윤희숙 신임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아울러 당내 혁신이 진척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나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침묵의 원인으로 꼽힌다.
친한(친한동훈)계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인적 청산에 나선 다음에 수사에 대한 부당성을 말한다면 국민들이 더 인정해주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전체 의원들을 다 같이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TF에 떠넘긴다는 게 이해 되지 않는다"거나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중 해당 TF를 발족해 정권 교체 이후 진행 중인 과잉수사, 정치보복, 야당 탄압에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