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 류영주 기자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업 중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2주기(7월 19일)를 앞두고 이 사건 핵심 당사자들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인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진상 규명에 나섰던 해병대 수사단장은 졸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극적으로 살아났다. 그에게 희대의 '집단항명 수괴죄'를 씌워 단죄하려 했던 대통령은 도리어 '내란 우두머리'로 재수감됐다.
순직해병 특검은 지난 9일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소를 취하함으로써 무죄를 확정했다.
특검은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사망사건을 초동 수사하고 해당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며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공소 제기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병대는 10일 박 대령을 11일부로 원직복직 결정했다. 박 대령 개인의 명예회복은 물론 지난 2년간의 혼돈을 바로 잡는 사필귀정의 마침표였다.
박 대령은 2년여 남은 정년까지 해병대 수사단장직을 최대한 수행하며 임무를 다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이 조기 전역하고 사회공익적 활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한 측근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고 항명죄로 엮으려 했던 쪽은 반대 운명에 서게 됐다.
국방부는 순직해병 특검 요청을 받아들여 김동혁(육군 준장) 국방부 검찰단장을 10일 직무정지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채 상병 사건 조사와 관련한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특검 주요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류영주 기자그는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사령부로 출동해 당시 김계환 사령관을 압박하며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하려다 여의치 않자 항명으로 기소했다. 그는 당일 저녁에는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채 상병 사건 기록을 불법 회수하기도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1월 박 대령이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항소 및 공소장 변경을 통해 박 대령에 대한 처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박 대령 복권의 불똥은 사실상 김 단장을 두둔해온 국방부로도 튀고 있다. 순직해병 특검은 10일 오전 국방부 국방정책실, 법무관리관실, 대변인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박 대령의 운명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은 당연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9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에 다시 수감됐다. 그는 12·3 내란특검에 의해 재구속된 것이지만 순직해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도 핵심 피의자로 올라있다.
그는 자기 명령을 따랐던 부하들이 줄줄이 구속된 와중에도 오히려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했다. 뿐만 아니라 유유자적 공원을 활보하는 등의 철면피한 행보로 공분을 자아내다 또 다시 법의 철퇴를 맞았다.
'VIP의 격노'로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은 12‧3 비상계엄에서 또 다른 정의로운 항명들을 추동한 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고하고 충직한 군인을 제거하려 했던 불의한 권력은 그로 인해 스스로 급소를 찌르고 몰락하는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