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3대 특검법 개정안 관련 여야 합의를 파기하는 과정에서 공개 충돌한 더불어민주당 '투톱'의 갈등이 확전 없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면서 내홍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청래 대표가 공개적으로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일단 덮고 가는 모양새다.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는가"라며 "우리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이자 동지다. 당정대가 원팀, 원보이스로 완전한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뛰자"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화해했냐'는 취지의 질문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이견은 전혀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그는 "어제 하루 종일 그 문제로 언론인들이 고생이 많았다. 여러 당무나 정치 관련 일을 하면 10번 잘하다가도 1번 소통 미흡 문제로 혼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지도부와 당에선 교훈으로 남길 수 있는 하루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대 특검을 통해 더 확실한 내란 종식과 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되새기는 하루였다"며 "그런 점에서 근본적 문제에 대한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생각의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공개 화해 제스처에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 원내대표는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권에선 봉합 수순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전날까지만 해도 원내대표단 내부에선 "협상 과정을 다 공개하자", "진실공방을 해보자"는 등 격앙된 반응이 분출했지만, 의원총회 등을 통해 전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원내대표단 쪽으로 여론이 기울자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여야 합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의원들도 하나둘 페이스북에 이를 번복하거나 당시 그같이 판단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추가로 내기도 했다.

앞서 여당 투톱의 갈등은 정 대표가 전날 오전 출근길에 돌연 "(여야)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의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시작됐다.

정 대표의 발언은 마치 김 원내대표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야당과 합의했다는 취지로 비쳤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합의에 반발한 강성 지지층들의 분노가 모두 김 원내대표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합의 전 지도부는 물론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중진급 의원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대표가 뒤늦게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정 대표가 야당과의 합의에 극렬하게 반발한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김 원내대표만 희생양 삼고 본인은 빠져나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당 투톱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