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볼모로 잡고 韓 압박…현대차 가격경쟁력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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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세부협상 마무리 지은 日부터 차 관세 인하
불리한 경쟁 환경에 관세 타격 지속까지…답답한 국산차
품묵 관세 인하 시점까지 협상 영역 끌어들인 美
일본 선례 앞세워 사실상 투자 백지수표 요구
韓 정부 "국익 훼손 막아야"…협상 장기화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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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미 관세 실무 협의에서 자동차 분야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가 15%로 인하되는 반면 그와 경쟁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아직 해당 품목 관세 인하 시점조차 쉽게 가늠할 수 없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 방식 등을 둘러싼 후속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미국이 '인하 시점'까지 볼모로 잡고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국, 오늘부터 일본차 관세 15%로 인하…한국은 아직 25%

 
미국이 16일(현지시간) 일본산 자동차와 차 부품 관세를 27.5%에서 15%(기본 관세 2.5%+품목 관세 25%)로 인하해 적용하면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무는 한국산 자동차와 차 부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미국에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를 내리는 데 합의했다. 이달 초 매듭지은 미일 후속 세부 협상 결과에는 일본의 대규모 대미 투자액과 관련해 △투자 대상은 미국이 정하며 △정해진 투자처에는 45일 이내에 투자금을 보내야 하고 △투자금 상환 전까지는 미일 양국이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지만 △상환 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산 자동차와 차 부품 품목 관세를 인하하는 대통령령에 최근 서명했다.
 
한국 정부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올해 4월과 5월부터 각각 적용받아온 자동차와 차 부품 품목 관세율 25%를 15%로 낮추기로 7월에 미국과 합의했지만, 투자금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세부 협의가 공전하면서 인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차에 가격 경쟁력 밀리나…미국 변칙 정책에 국산차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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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는 건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악재다. 당장 일본차의 관세 인하분을 판매가에 적용하면, 한국차의 녹록치 않은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까지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쏘나타 가격이 기본 트림 기준 2만 6900달러로 일본 동급차인 도요타 캠리의 판매가 2만 8400달러보다 저렴했는데, 일본차 관세 10%포인트 인하분이 판매가에 반영되면 이런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는 한국차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는 만큼 뼈아픈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차량 판매량은 89만 3152대로 4위를 기록했다. 143만여대의 판매량으로 1위인 미국 업체 제너럴모터스(GM) 바로 다음 순위는 일본의 도요타로, 123만 6739대를 판매했다.
 
이런 경쟁 환경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 된 미국발(發) 관세 타격이 기존 예상치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관세 영향으로 인한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2분기에만 1조 6142억 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이민 당국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 배터리 회사) 기습 단속 등의 여파로 전기차용 배터리 조달 계획도 사실상 수개월 연기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미국의 변칙 정책이 낳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車 품목 관세 볼모 잡는 미국…"국익 우선" 韓 정부와 협상 장기화 전망도

 
정부 내에서는 미국의 수입차와 차 부품 품목 관세 정책을 둘러싸고 당황스러워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당초 관계 당국에서는 합의 타결국에 대한 품목 관세는 행정명령 절차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 '인하 시점도 후속 협상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됐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한미 관세 후속 협의를 매듭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끌려갈 게 아니라 국익을 중심에 두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조라서 협의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15일 다시 방미(訪美)에 나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출국 직전 "국익에 부합하고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에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머리를 맞댔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가 나오진 않았다.
 
미국은 사실상 일본에 '투자 백지수표'를 관철시킨 선례를 앞세워 한국의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 대부분을 지분투자 방식으로 하고, 수익도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설정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미국과의 협상은 이재명 대통령이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국익이 훼손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무리한 요구가 있다면 '국익의 보전'을 (목표로) 놓고 협상해 나가겠다는 원칙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계 일각에서조차 한국으로서는 차라리 판을 깨는 게 낫다는 강경 의견도 제기되고는 있지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너무 늦지 않게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3500억달러라는 액수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다. 향후 몇 달간 투자 협상을 통해 한국이 가능한 방식을 제안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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