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좋은 일이 빌드업 하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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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뉴욕의 한 호텔에서 AI 산업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블랙록 회장(왼쪽),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뉴욕의 한 호텔에서 AI 산업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블랙록 회장(왼쪽),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2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만나 인공지능(AI) 산업 투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래리 핑크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AI Capital in Asia)'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우리 돈으로 무려 1경 7천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산하에 에너지와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글로벌 인프라스트락처 파트너스(GIP)라는 투자회사와 역시 비슷한 일을 하는 뷔나(VENA) 그룹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의 AI 수도? 왜 지금? 왜 한국인가.
 
10월 1일에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한국을 찾아 삼성그룹, SK그룹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의향서(LOI)를 맺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등 월 최대 90만 장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90만 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든 HBM의 2배가 넘는 물량이다.
 
이어 14일에는 세계 최고의 AI 설루션 기업 중 하나인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대표가 서울로 날아와 글로벌 최초의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 열었다.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구매하거나 관람하기 위해 뛰는 현상) 대기 줄이 300m를 넘어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아울러 10월 30일,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치맥을 하더니 한국에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은 "이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GPU를 세 번째로 많이 가진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다음이라는 얘기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가진 걸 다 합해도 우리가 확보한 30만 장(기보유분 포함)에 못 미친다. 현재 가장 최신의 GPU는 'GB200 그레이스블랙웰'이다. 블랙웰 슈퍼칩은 'A100' 대비 학습에서 10배 이상, 추론에서 100배 이상의 성능을 자랑한다. 'A100'으로 환산하면 300만 장에서 3천만 장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왜 'A100'과 비교를 하냐고? 올 1월 중국의 딥시크가 터무니없이 적은 개발비로 미국의 최신 AI 모델에 맞먹는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업계를 충격에 빠트렸을 때 한국이 보유한 'A100'이 통틀어 2만 대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때 필자가 한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GPU가 없는 거예요"라고 한탄했다. 그런데 불과 10개월 뒤 'A100' 300만~3천만 장 분량의 컴퓨팅 파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에 산다는 건 결코 심심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덜 알려졌지만, 아주 중요한 것도 있다. 엔비디아는 대한민국의 산학연과 지능형 기지국(AI-RAN, Radio Access Network) 공동 연구를 위한 협약을 맺고 실증 AI 서비스 검증과 표준화 공동 추진을 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이전 세계 연구자와 기업에 개방된 AI-RAN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하지?
 
엔비디아 제공엔비디아 제공
'피지컬 AI'라는 게 있다. 지금까지의 AI는 질문에 대답하고, 그림을 그렸다. 뇌 역할을 했다. '피지컬 AI'는 몸체를 갖춘 인공지능을 말한다. 즉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팩토리의 AI로 작동하는 기기들을 말한다. 몸체를 가지고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을 한다. 진짜 돈이 되는 건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2가지 문제를 가진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작은 기기에 그만한 고성능 칩을 다 담을 수가 없다. 배터리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원격 클라우드로 보내서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가는데 지연이 돼서도 안 된다. 이걸 해결하는 게 AI-RAN이다. 가장 가까운 기지국에서 분산된 두뇌 역할을 해준다. 멀리 클라우드로 가기 전에 '초저지연 실시간 제어'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인프라다. 이것도 함께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제 빌드업의 조각을 맞출 때다. 왜 이렇게 좋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을까?
 
AI는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한다. 제조 공장이 어디에 있나? 중국을 빼면 단연 대한민국이다. 산업데이터는 다 여기 있다. 미국에도 영국에도 공장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마스크가 없어서, 휴지가 없어서 얼마나 곤란을 겪었던가. 그러니 래리 핑크든, 샘 올트먼이든, 젠슨 황이든, 알렉스 카프든 한국으로 뛰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강부터 반도체까지, 조선부터 포털까지, 그리고 전 세계 최초로 5만 장의 최신형 GPU를 구매하는 정부까지 다 갖춘 곳이 대한민국이다.
 
젠슨 황은 "지금이 한국에 특히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며 "한국은 소프트웨어, 제조업, AI 역량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3가지 기본 핵심기술을 가진 나라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한국만큼 제조·기술·인재 역량을 모두 갖춘 나라는 없다"며 "한국 없이는 AI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좋은 일이 하나 더 있었다. 'APEC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AI에 관한 사상 최초의! 정상급 합의문이었다.
 
그 안에 'AI 기본사회' 구현과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설립이 담겨 있었다. '아시아·태평양 AI 센터'는 대한민국이 설립을 주도한다. 즉 한국에 설립한다. 이 센터는 '국가별 AI 발전 수준 차이로 인한 기술 격차를 줄이고, 모든 회원국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공동 연구, 인력 양성, 지식 공유 등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AI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모두의 AI'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관이다. 'AI 기본사회', '모두를 위한 AI' 어디서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맞다. 대한민국 AI의 전략적 목표다.
 
대한민국은 제국주의 경험이 없이 바로 선진국이 된 유일한 국가다. 적당한 크기의 미들파워(중견국)다. 종속당할 두려움 없이 교류하기도 그만이다. 가수 지드래곤(GD)이 노래를 부를 때 정상들이 꺼내든 카메라 세례에서 보듯이 케이(K)-문화컬처에 빛나는 문화강국이기도 하다. 이번 APEC은 포용적 AI, K-AI가 함께 반짝인 순간이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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