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장 대표는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발언과 12·3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등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약세 지역인 호남 민심을 겨냥해 '한 달에 한 번 호남 방문 프로그램'을 세웠지만, 계엄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 없이 '계엄 트라우마'가 깊은 광주를 찾는 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윤어게인' 지원 받은 장동혁, 5·18 참배…"계엄에 대한 입장 정리부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 연합뉴스장 대표는 6일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 관련 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취임 후 첫 호남 일정이자 '매달 한 번 호남 방문' 선언의 출발점이지만, 5·18의 역사성과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진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란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른바 '윤 어게인'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은 장 대표다. 이번 방문이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는 지난 3월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7일에는 제주 4·3 사건 왜곡 논란이 있는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한 뒤 "역사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늘 열린 마음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전당대회 당시에는 반탄파(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한길씨 등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당선 후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국정감사 기간이던 지난달 17일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비판을 자초했다.
이런 탓에 장 대표의 광주행을 두고 보수 진영에서부터 비판이 나왔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는 지난 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고 계엄까지 옹호하는 윤어게인 세력처럼 비춰진다"며 "광주에 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수도권 지역구인 국민의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무작정 찾아가서 어쩌려는건지 그림이 안 그려진다"며 "명분도 타이밍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계엄 관련해서 광주는 훨씬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계엄에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계엄을 부정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5·18이 계엄 때문에 일어난 건데, 계엄을 긍정하면서 어떻게 광주를 가느냐"고 지적했다.
광주 시민사회 "사죄 먼저"…호남 민심 얻을 계기 될까
연합뉴스광주 시민사회 역시 장 대표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광주 81개 시민사회단체는 전날 성명을 통해 "장 대표의 언행을 돌아볼 때 이번 광주방문은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지금까지 보여준 발언과 행보는 극단적 이념에 치우친 국민 분열의 정치 그 자체로 호남의 민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위선적 행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18을 폄훼하고 내란을 옹호한 장 대표는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장 대표는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와 5·18기념재단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계획했지만, 대부분이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광주 시민단체는 "극우 선동 내란 동조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기우식 사무처장은 "5·18이 근본적으로 위헌적인 권력에 맞서서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었다"며 "5·18의 가치와 장 대표가 보여준 행보는 정반대인데, 5·18을 추모하기 위해 참배한다는 것은 일종의 조롱 행위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장 대표가 이번 방문에서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다면, 상황 반전의 계기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양재혁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1야당 대표가 요청해왔고, 과거 국민의힘에서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동의한 바 있기 때문에 그 입장을 유지하도록 요청하려 한다"며 "장 대표가 같은 방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장 대표의 호남행을 '장기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동행 국회의원' 제도 같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남 지역과 일대일로 결연을 맺는 등 박근혜 대표 시절부터 각종 호남 민심 확보 노력을 이어왔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방문은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정성은 하루 방문이 아니라 꾸준한 교류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