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진 생중계 업무보고…"소통효과 더 크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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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 두려워 중단하면 '소통'이라는 대표상품 없애는 것"

李대통령, 이학재 인국공 사장과 또 다시 신경전
"업무보고를 왜 정치적으로 악용하나" vs "공사 업무 아냐"
사전조율 없이 질답해야 하는 생중계 특성상 부작용 불가피
이학재 향한 질타 수위, 환단고기 논란 등이 대표적 사례
대통령실 제안에 '공개칭찬'도…"생중계 좋다는 의견 더 많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행정안전부(경찰청, 소방청)·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행정안전부(경찰청, 소방청)·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국민 보고' 성격을 강조하며 일정 전체를 생중계로 전환한 정부부처 현장 업무보고가 연일 크고 작은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과도한 질타성 발언이나 정리되지 않은 질문 등의 이슈에도 대통령실은 '소통'이라는 당초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현행 방식을 고수할 방침이다.
 

李대통령 "업무보고는 정치논쟁 자리 아냐…왜 악용하나"

이 대통령은 17일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현장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무회의가 있었던 전날과 달리 이날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내내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만 받은 셈이다.
 
그간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수차례 공직기강 확립과 공무원의 중요성, 적극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은 이날도 첫 모두발언부터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행정영역에서는 허위보고를 절대 하면 안 된다"며 "수없이 강조해도 가끔씩 정치에 물이 너무 많이 들었는지 그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분 전에 얘기한 것과 1분 후에 얘기한 것이 다르다"며 "이 자리에서 얘기한 것 하고 다른데 가서 또 다른 얘기를 한다. 그러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외화 밀반출 문제를 두고 '책갈피 달러' 등을 질문했는데, 원하지 않은 답을 내놓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외화 밀반출 문제가 있으니 적극 대응해달라는 취지에서 질문을 한 것인데, 이 사장은 이후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전수조사는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공항공사 업무가 아닌 세관의 업무가 확실하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관세청이 양해각서(MOU)를 맺고 공항공사에 위탁을 했다. 1만 달러 이상 외화 반물 문제는 공항공사가 검색을 대신한다"며 "어디에서 이 것을 알았느냐면 기사 댓글을 보고 알았다"고 이 사장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에 나섰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행정과 정치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 자리는 행정을 하는 자리"라며 "여기는 지휘하고 명령하고 따르는 행정 영역이다.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니다. 왜 그것을 그렇게 악용을 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날 SNS를 통해 "MOU는 양해각서로 협력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책임이 없다"며 "외화 불법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업무협조를 하는 것"이라고 또 다시 반박에 나섰다.
 
그는 "공사는 외환불법반출 관련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어서 MOU를 채결해 유해물품 보안검색 시 관세청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고를 해줄 것을 국정최고책임자의 참모들께 당부 드린다"고 말해 오히려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생중계로 인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질타 모습 과하다'는 지적도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이같은 모습이 연출된 것은 생중계 업무보고의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전환한 것의 취지는 정부부처가 대통령에게 어떤 내용을 보고하는지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 대국민 보고의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취지를 살리려면 보고에서 주로 부처와 산하기관의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또 개선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본질과는 무관한 논쟁적, 정치적 사안이 부각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이 사장 간 신경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은 책에 끼워서 고액이 반출되는 경우가 있으니 세관과 협의하라는 적극 행정을 주문했는데, 이를 이 사장이 '전수조사 불가'나 '관세청의 업무'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사실관계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양상으로 발생한 환단고기 논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을 향해 당초 설립 취지에 맞춰 동북공정, 독도문제 등에 적극 대응하려면 각종 논란에 적극 대응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른바 '환빠'를 예로 들었다. 

그렇지만 환단고기는 정사로 취급되지 않는 내용이다 보니 역사학계에서 큰 비판이 제기됐고, 이를 야권이 확대 재생산을 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여과 없이 공개된 이 대통령의 강한 질타 모습도 논란의 지점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질문에 이 사장이 빠르게 답을 하지 않자 "지금 딴 데 가서 노시느냐", "임기가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파악을 정확하게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중계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지나친 표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생중계의 묘미 아닌가…국민 소통 위해 생중계 지속"

대통령실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생중계가 되는 연출되지 않은 상황, 업무보고라는 행사의 내용적 특성상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변수로 보고 있다.
 
보고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즉시 지적하고 개선하도록 지시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질타와 지적이 나오거나, 사례를 드는 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있는 내용을 언급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앞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의 질타만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 일을 잘하고 있는 공직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칭찬 등을 하도록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의식한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와 업무보고에서는 이른바 '햇빛연금', '바람연금'을 통해 성과를 낸 전남 신안군의 담당국장을 "데려다 써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별도의 민원처리 시스템을 만든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관을 향해서는 "박수를 쳐달라"며 공개 칭찬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지만, 생중계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더 많기 때문에 전체 득실을 따져봤을 때는 생중계를 통해 얻는 효과가 더 크다"며 "그런 즉석 발언들은 생중계의 묘미로 볼 수 있지 않겠나. 작은 구설수가 두려워 생중계를 중단하면 오히려 '소통'이라는 대표 상품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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