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커뮤니티 캡처#"경찰이 몰카? 변태네."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던 학생이 훈계하는 경찰의 보디캠을 보고 조롱하듯 내뱉는다. 경찰은 "요즘 학생들 진짜 미쳐버리겠네" 라며 곤혹스러워한다.#"젊었을 때 결혼과 출산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중년의 중국 여성이 병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친다. 여성은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이제는 병원에 혼자 다녀야 한다"며 토로한다.'AI 슬롭'이 전세계 시청자들의 알고리즘을 장악했다.
31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상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국가별로 상위 100개 유튜브 채널 총 1만 5천개를 조사한 결과 278개 채널이 'AI 슬롭'만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슬롭은 '오물'이라는 뜻으로, 조회수를 위해 아무런 의미 없이 만든 AI영상을 의미한다.
해당 채널들은 2억 2100만 명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누적조회수는 630억 회에 달한다. 연구진은 이 채널들이 매년 약 1690억의 광고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튜브가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을 때 추천하는 영상 500개 중 104개가 AI 슬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3%는 '뇌 썩음(brain rot)' 콘텐츠였다. 여기에는 AI 슬롭 뿐 아니라 자극을 위해 제작된 저질 콘텐츠를 포함한다. '뇌 썩음'이란 이는 깊이 있는 사고나 학습 없이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지적·정신적 능력이 감퇴는 상태를 의미한다.
'AI 슬롭' 채널의 조회수가 많은 국가 순위. 카프윙 캡처한국발 AI 슬롭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수는 약 84억 5만 회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2위인 파키스탄(53억 4천만 회)의 약 1.6배, 3위인 미국(33억 9천만 회)의 2.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특히 한국의 AI 콘텐츠 채널 '3분 지혜'가 해당 전체 조회수의 4분의 1(20억 2천만 회)을 차지했다. 이 채널의 연간 광고 수익은 약 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채널에는 야생 동물들이 레슬링을 하고 사람이 사자와 겨루는 등 비현실적인 내용의 짧은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 채널 '3분 지혜' 캡처가디언지는 AI 슬롭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정착했으며,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면서도 평균 임금이 높지 않은 국가 출신들이 영상을 양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슬롭 영상 제작 비법이나 강좌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슬롭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AI가 생성한 저질 콘텐츠가 디지털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 강력한 필터링과 수익 창출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앞서 언급한 '경찰의 학생 훈계' AI 슬롭 영상은 경찰의 보디캠 도입과 맞물리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AI임을 알아채지 못한 시청자들이 혐오성 발언이 담긴 댓글을 다는 일도 있었다. 오해가 커지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유튜브는 규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유튜브 측은 "AI는 도구일 뿐이고, 고품질 콘텐츠와 저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제작 방식과 관계없이 사용자들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