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생물 정당' 국민의힘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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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당권파 정점식 의원 원내대표 선출
장동혁 대표의 재선거, 사전투표제 폐지 주장은 민심 왜곡
장동혁 사퇴가 신진대사의 시작점

연합뉴스연합뉴스
10일 실시된 국민회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정점식(3선, 경남 통영.고성)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당권파다. 개혁파인 김도읍.성일종 의원과의 대결에서 이긴 걸 보면 당이 전반적으로 6.3 지방선거 패배를 뼈아프게 여기지 않는 듯 보인다.

어디 그 뿐이랴. 선거 이후 장동혁 대표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 기행에 가깝다. 장 대표는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를 빌미로 선거 패배 책임론을 비껴가려 한다. 전국 단위 재선거 실시와 사전투표 폐지는 일반의 상식은 물론 입후보한 당사자들의 상식과도 배치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혹은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 어느 누구도 재선거를 주장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당락이 바뀔 위법이 아니면 재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는 생물' 국민의힘엔 맞지 않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정치권의 격언이 있다. 정치 상황은 고정돼 있지 않고 외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예측불가능함을 강조하지만, 정치가 외부에 반응하고 변화한다는 점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쓰이는 표현은 아니다.
 
생물의 정의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생물학적인 기준은 우선 세포라는 기본단위의 유무에 있다. 세포가 아닌 분자나 원자의 단순한 결합인 경우는 무생물이다. '물질대사', 즉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느냐도 핵심 기준이다. 생물은 외부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이를 몸 안에서 에너지로 바꾼 뒤 찌꺼기를 배출한다.
 
또한 자극에 반응하는 '항상성'이 있으면 생물, 없으면 무생물이다. 더울 때 땀을 흘리는 체온조절이나 염증반응, 면역반응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능이 없다면 생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와 같은 변화된 환경에 대응해 몸을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에 생존이 불가능하다. 자손을 남기는 '번식과 유전',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하는 '진화'도 생물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회복력 상실…화석화된 정당

정치를 생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이유는 살아 숨쉬듯이 변수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수에 반응하며 회복력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국민의힘이 최근 수 년간 보인 모습은 '정치는 생물'과 거리가 한참 멀다.
 
첫 번째로 꼽는다면 민심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모습일 것이다. 바늘로 찔리면 아파하고 정신차리는 게 정상일 터인데 총선과 탄핵, 대선,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장침(長針)으로 민심의 자극을 받고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니 항상성과 회복력을 상실한 것 같다. 특히 선관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을 부정선거 음모론에 뒤섞어버리는 장동혁 대표의 상식파괴적 언행은 민심에 역행한다. 이른바 '장동혁이 없는 선거'나 '반장동혁'을 기치로 내건 주요 선거(서울시장, 부산 북갑)에서만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가 승리한 건 장동혁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장동혁 지도부는 그동안 건전한 내부 비판을 독(毒)이나 분열주의로 몰았다. 올해 초 당 윤리위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 결정문에서 "당 대표는 단순한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다", "과도한 발언들은 정당한 비판의 임계치를 넘어선다"며 당 대표에 대한 비판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당이 면역력을 잃으면 지역기득권과 극우 윤어게인 세력의 독버섯이 온 몸을 장악할 뿐이다.
 
지도부와 당원을 망라해서 당내 구조는 이미 중병에 걸렸다. 윤석열 정권의 몰락과 함께 퇴출돼야 할 인물들이 당의 주도권을 행사하거나 영남 텃밭에 공천되는 건 흡사 물질대사가 망가진 생물체나 다름없다. 새 피를 수혈하지 못하고 낡은 찌꺼기를 배설하지 못하는 정당은 살아있는 정당이 아니다. 또한 국민의힘은 지난 수 년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선주자로 끌어들였다.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자체적으로 키우지 못하는 정당은 영속성과 생명력을 잃어버린 정당이다.
 
무생물 정당은 곧 죽은 정당이다. 지금 장동혁 대표가 할 일은 딱 한가지. 무책임한 주장으로 상황을 호도하지 말고 당의 활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다. 새로 선출된 정점식 원내대표는 계파 따질 겨를이 없다. 장 대표의 거취 문제와 통합을 포함해 당의 신진대사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모아가야 쇄신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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