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펴고 커피 들고…직장인들의 '한낮 월드컵 응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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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 10시 멕시코전 맞이해 도심 속 카페로 몰린 광주 시민들
업무용 노트북 펴놓고 '커피와 빵' 곁들인 이색 응원 풍경
바쁘게 작업 하다가도 슈팅 순간엔 환호
"아쉽게 졌지만, 최종전서 승리해 32강 진출하기를"

19일 오전 11시쯤 광주 서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19일 오전 11시쯤 광주 서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평일 오전에 열린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광주 시민의 발길이 맥줏집이나 광장이 아닌 카페로 이어졌다.
 
19일 오전 9시 30분쯤 광주 서구의 한 카페.
 
경기 시작 30여 분 전부터 테이블마다 노트북을 펴고 자리를 잡은 직장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여느 월드컵 응원전에서 흔히 보일 붉은 티셔츠나 차가운 맥주 대신 이곳엔 저마다 가져온 업무용 노트북이 하나씩 올려져 있었다.
 
스포츠 경기 응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치킨과 맥주, 이른바 '치맥'은 시원한 커피와 고소한 크루아상으로 대체됐다.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는 근무시간인 오전 10시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회사에 허락을 맡고 팀원들과 축구 경기를 보러 왔다는 직장인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밝은 얼굴로 "대한민국, 주눅 들지 말고, 아자아자"라고 외쳤다.
 
광주 남구 소재 직장에서 근무하는 임모(41)씨는 "회사가 허락해 준 덕에 단체 관람이 가능한 카페를 찾다가 여기로 왔다"며 "일을 처리하며 틈틈이 축구도 보고, 팀원들과 색다른 추억도 쌓아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석중(45)씨 역시 "대낮이라 취중 응원은 못 하지만 이렇게라도 동료들과 모여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어서 즐겁다"면서 "경기가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오전 10시 마침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카페에 모인 20여 명의 직장인과 시민들은 일제히 "화이팅"을 외쳤다.
 
이들은 노트북으로 바쁘게 엑셀 작업을 하다가도 환호성이 터지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소리를 지르며 경기에 몰입했다.
 
김승규 선수가 멕시코의 매서운 슈팅을  막아내거나 한국 선수가 찬 슛팅이 아쉽게 멕시코의 골문을 빗겨 나갈때마다 박수와 탄식, 환호성이 이어졌다.
 
경기 시작 이후에도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멘 직장인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19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카페에 월드컵 응원에 곁들일 특별 메뉴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 한아름 기자19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카페에 월드컵 응원에 곁들일 특별 메뉴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 한아름 기자
이번 이색적인 응원전을 기획한 이는 최시현(26)매니저다. 이 카페는 한 달마다 작가를 바꾸며 그림을 전시하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달엔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를 맞아 직장인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최 매니저는 "카페 주변에 직장인들이 많은데 평일 낮에 경기를 보려고 하는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근무 중인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응원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무알코올 맥주'까지 갖췄다.
 
시민들이 카페 응원전으로 발길을 돌린 데에는 예전 같지 않은 지역 응원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 임 씨는 "광주에는 예전만큼 월드컵 거리 응원 열기도 안 살고, 심지어 월드컵 경기장에서조차 응원전을 안 하더라"며 "서울처럼 팝업스토어 같은 즐길 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라 아쉬웠는데 우연히 이 카페를 찾아내 다행"이라고 전했다.
 
과거처럼 광장을 붉게 물들이던 대규모 거리 응원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도심 속 카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는 광주 시민들의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응원전에 참가한 시민은 "실점 장면은 아쉬웠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아 감동했다"며 "최종전에서는 꼭 승리해 32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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