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되돌릴 수 없는 '에너지 각자도생'[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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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정책부 기자

NYT "'Me First', '자기중심적 에너지 시대' 열린다"
글로벌 에너지 분업 체계 변화…수입 의존도↓
자원 있는 나라는 채굴 위한 초기 투자 시작
자원 없는 나라는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기화 속도
지정학적 위기 와도 흔들림 없이 조달할 에너지 생산 준비
韓도 에너지전환·재생에너지 장비 공급망 구축 중요해져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전쟁 끝나도 되돌릴 수 없는 에너지 각자도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동부 시간으로 14일 오후 5시 30분, 우리 시각으로는 지난 월요일 새벽 6시 30분쯤에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 이란과의 합의가 타결됐다고 선언했습니다. 발표 직전에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측 협상 대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을 한 걸로도 알려졌습니다. 스위스에서 19일 예정했던 건 서명식인 셈이고요. 이로써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06일 만에 종료됐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데요. 일단 3차 대전 공포까지 몰고 왔던 일촉즉발의 위기는 일단락된 셈입니다.

◆ 홍종호> 워낙 이번 전쟁 무대가 화석 연료의 중심지인 중동 지역이다 보니 에너지 전쟁 양상을 띠어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죠. 앞으로 기후·에너지 관련해서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과 변화도 상당히 주목됩니다. 종전이 임박한 상황부터 하나씩 짚어주시죠.

◇ 최서윤> 네, 14개 항으로 이뤄진 이번 합의 1항은 이란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이 중단돼야 한다는 겁니다. 또 국제사회에서 반가운 소식은 합의 서명 후 30일 이내에 호르무즈 봉쇄 이전 수준으로 해운 활동을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고요. 전후 재건 기금도 3천억 달러, 약 455조 원 수준으로 제한된 점도 주목됩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이 국제사회에 석유를 판매하고 받지 못한 동결 자산의 해제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이번 MOU 서명 즉시 동결 자산의 일부를 해제할 거다라는 보도도 나온 바가 있긴 해요. 그런데 미국이 동결 자금 해제나 제재 완화는 비핵화의 대가이지 MOU 서명의 대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서로 전제 조건이 조금씩 달라요. 특히 가장 어려운 지점인 이란의 핵 포기, 미국의 제재 완화는 어떻게 됩니까?

◇ 최서윤> 이건 평행선입니다. 이번 종전 협상이 4월 8일 휴전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졌는데, 최대 난제는 언제나 핵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추가 협상, 2단계 협상이라고도 하고 본 협상이라고도 하는데, 그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 홍종호> 일단 포화는 멈추자, 전쟁은 일단 끝내자, 그리고 나서 핵 문제를 다루자, 이런 식이네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나면, 향후 60일간 영구 종전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본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겁니다. 최근 두 달여 협상 기간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포기하기로 했다는 발언을 언론에 많이 흘렸어요. 그런데 이란 외무부 입장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핵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굉장히 평행선입니다.

핵 문제도 핵 문제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예전처럼 무료로 열릴 수 있느냐, 전쟁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느냐 여부도 앞으로 남은 협상 결과에 달렸다고 보입니다. 이 중요한 2차 협상은 스위스에서 MOU 공식 서명식을 가진 직후부터 본격화될 걸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측은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협상 대표로 나섭니다.

◆ 홍종호> 통행료 또는 수수료 문제는 중동 지역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는, 특히 아시아의 수많은 국가들의 초미의 관심사잖아요. 원가 가격이 올라간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란으로서는 이미 통행료를 받아본 경험을 이번에 했잖아요. 돈이 들어오는 게 꽤 괜찮다고 느꼈을 테니, 쉽게 포기할까 싶어 상당한 난제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긴 합니다.

◇ 최서윤>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내려가는 만큼의 또 다른 비용 부담이나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불안이 있을 수 있죠. 일단 핵 협상이 잘 풀려야 다른 문제도 풀리는 건데, 이 내용을 조금 더 설명드리면, 미국의 요구는 이란이 그동안 농축해 온 고농축 우라늄 등 모든 핵물질을 영구 폐기하거나 제3국으로 이전하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핵물질 농축 활동을 원천 금지하자는 겁니다. 이란의 근본적인 요구는 포괄적인 제재 완화입니다.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는 것까지는 동의를 하는데, 앞으로의 핵 활동 일체 금지 요구까지는 쉽지 않겠죠. 주권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요. 이란은 항상 자신들의 핵 농축 활동이 평화적인 핵 보유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보장하는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결국 이번 본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2015년의 '이란 핵합의' JCPOA(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를 '트럼프 버전'으로 다시 맺는 시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려면 과거 JCPOA보다 훨씬 강화된 조건을 이끌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겠죠. 당시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를 15년간 최대 3.67%로 제한하고, 이 저농축 우라늄 재고를 원래 10톤에서 0.3톤으로 줄인다는 조건을 걸었었거든요. 그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었는데, 이후 이란이 최대 60%까지 농축된 고농축 우라늄을 0.4톤 정도 보유한 걸로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 홍종호> 60% 농축 우라늄은 사실상 핵무기 전 단계로 알고 있고, 90% 농축하면 핵무기 생산이 가능해지는 상황이잖아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자연히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 요구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에요. 결국 양측이 JCPOA보다 진전된 핵 합의를 이루려면, 이란이 포괄적 제재 완화와 자산 동결 해제를 급부로 양보해야 하는 것들이 전보다 더 많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본 협상이 60일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훨씬 더 길어질 거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오바마 정부 때 JCPOA 실무 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부장관이 방송 인터뷰에서 "JCPOA도 처음에는 6개월 기한을 잡고 시작했는데, 타결하는 데 18개월이 걸렸다"면서 "60일 이내에는 절대 못 끝날 거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 홍종호> 취재 내용을 들어보니 2차 타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와중에 각국의 전략 비축유 재고는 계속 줄고 있잖아요. 이란으로서는 '우리가 공급 안 해주면 모든 나라가 고통받는다'는 걸 협상 카드로 들고나올 것 같아서 참 복잡합니다. 어쨌든 MOU 서명해도 갈등의 불씨가 다 사라진 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예, 이렇게 불완전한 매듭을 짓는다고 해도요. 에너지 측면에서는 어떻게 보면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글로벌 에너지 분업 체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데요. 얼마 전 뉴욕타임스가 이를 두고 '자기중심적 에너지 시대', 'Me First(나 먼저)'라는 제목의 해설을 달았더라고요. 기존에는 자원이 있는 나라도 에너지를 수입해서 쓰는 게 더 싸서 수입해 온 측면이 있었는데요. 이번 중동 전쟁과 그에 앞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생기면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인다는 걸 너무 잘 알게 됐고, 각국이 더 이상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각성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동남아든 남미든 어느 나라든, 자원이 있는 나라는, 초기 비용을 들여서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더 비싸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일정량의 에너지를 자체 조달할 수 있도록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는 거고요. 자원이 없는 나라는 없는 대로 재생에너지를 깔고 전기화에 속도를 내서, 어떤 지정학적 위기가 와도 흔들림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일정량의 에너지 생산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대한민국이 바로 거기에 들어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1년에 최소 200조 원 이상을 화석 연료 수입에 쓰고 있는 나라잖아요. 늘 100% 화석 연료를 수입해 왔는데, 이런 상황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잖아요.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근본적인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 최서윤>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필리핀은 이번 전쟁 기간에 중국산 태양광 장비 수입을 늘려왔고요. 인도네시아는 심지어 산유국인데도 태양광 확대를 국가 우선순위로 추진 중입니다. 대만은 집권당인 민진당이 과거 탈원전을 선언하고 추진해 왔는데도 입장을 살짝 틀어서 일부 원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카리브해에 접한 남미 북부의 가이아나는 정유 시설 건설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소비자 선택도 달라지고 있어요. 올해 4월 중국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일본, 파키스탄, 인도 등 이란산 석유 의존도가 컸던 국가로의 수출이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입니다. 유럽에서도 4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고 하고요.

에너지 시장에도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질 조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만큼 지금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계기로 재생에너지 장비 공급망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걸로 보입니다.

◆ 홍종호> 오늘 자 FT(파이낸셜타임스)에 기사가 하나 실렸어요. 전 세계 18개국의 2천 명 이상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에너지 안보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화석연료 사용 줄이고 전력화로 가야 된다, 전기화는 모든 산업, 히트펌프, 전기차 등 모든 부문에서 전기화로 가야 하고 그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91%의 CEO들이 동의했습니다.

◇ 최서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인데도요.

◆ 홍종호> 그렇죠.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라는 거였어요. 기후 얘기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기후 위기에서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와 맞닿아 있는 거죠. 이런 변화의 거대한 흐름이 이제 막 본격화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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