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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유 940억원...관계기관 대거 연루 ‘비리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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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일당 및 한국석유관리원․경찰․세무 공무원 등 32명 적발...“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수 백억원대 가짜 경유를 만들어 유통한 일당과 이들을 비호한 공무원 등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형사 2부(부장검사 한웅재)는 22일 940억원대 가짜 석유를 제조해 유통시키고 이 과정에서 이들을 비호한 경찰관과 세무공무원 등 모두 32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업자는 물론 한국석유관리원과 경찰, 세무 공무원 등이 연루된 비리 복마전이었다.

한국석유관리원 전.현직 간부 4명은 대포폰을 이용해 가짜 석유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2000만원에서 최고 2억10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모두 구속기소됐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 가짜 석유 제조 및 유통을 단속하는 기관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심지어 단속 경찰관과 짜고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에 거액을 투자한 간부도 있었다.

경찰관 3명은 가짜 석유 판매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려는 사람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1400만원을 받거나 술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일부 경찰은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1박2일 향응 접대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관 한 명은 단속정보를 유출한 브로커에게 지명수배내역을 알려줘 도피를 도와준 사실이 적발돼 불구속 기소됐다.

세무조사 무마 명목 2300만원의 뇌물을 받는 등 세무공무원 5명이 적발됐고,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기 위해 업체로부터 2700만원을 받은 업체 고문 세무사도 구속기소됐다.

석유관리원 간부와 경찰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단속 정보를 빼돌리고 또 경찰에 청부 수사를 부탁한 브로커 4명도 각각 구속 기소되거나 지명수배됐다.

천안과 경기도 고양, 충북 청원 등지에서 바지사장을 내세워 주유소를 운영하며 가짜 경유 8만7000리터, 시가 2억여원 상당을 판매한 주유소 업주 등 4명 가운데 2명은 구속기소됐고 달아난 2명은 지명수배됐다.

이 밖에도 가짜 경유의 원료를 생산.판매한 석유정제회사 회장 등 2명과 원료를 운송해준 특장회사 대표 3명 등도 적발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특히 정제회사의 경우 범행을 위해 축구장 2.5배 면적에 한꺼번에 518만 리터를 저장할 수 있는 대형 탱크 63개를 설치했으며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방법으로 처벌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로부터 단속권한을 위임받은 한국석유관리원 일부 간부들은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일부 경찰은 뇌물을 받고 판매 방해세력 제거를 위한 청부수사를 해줬다”며 “뿐 만 아니라 탈루를 적발해야 할 세무공무원 중 일부는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뇌물을 받는 등 가짜 석유와 관련된 조직적, 구조적 비리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세청과 협의해 지난 수 년간 탈루된 세금이 환수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통보했다”며 “특히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가짜 석유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개획재정부에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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