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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펀드 투자, 김원홍이 종용해서 내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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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최 회장 진술, 거짓말 아닌지 의구심 든다"

최태원 SK회장. (사진=송은석기자/자료사진)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이 펀드 투자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종용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는 "SK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펀드였다"는 그간의 주장과 달라진 것이다.

22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회장은 "SK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펀드 투자가 아니었다"며 항소심에서 유지해왔던 주장을 바꿨다.

이날 최 회장 측 이공현(54) 변호사는 "펀드 조성은 김 전 고문의 종용에 따라 최 회장이 지시한 것이며, 최 회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만 선지급된 펀드투자금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될지는 몰랐다"면서 기존 입장을 지켰다.

이같은 입장 변화는 지난 15회 공판기일 이공현 변호사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철회한 것은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고 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따른 것이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변호인 신문에서 "김 전 고문이 주가·환율·미국 연방준비위 이자율 등 경제분야에 꽤 정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김 전 고문을 통해 투자한 뒤 회수하지 못한 돈이 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김 전 고문이)2012년 6월까지 기다리면 귀국해서 다 자수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을 그래도 신뢰했는데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설명이 안된다"며 심경을 말했다. 이어 김 전 고문을 사기로 고소하고 투자금 반환소송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고문과의 관계를 스스로 밝힌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제 입장에서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 겪은대로 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진술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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