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토종 선발 4인방 배영수(왼쪽부터),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스)
지난해 삼성은 용병 선발 투수들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미치 탈보트가 14승3패 평균자책점 3.97, 브라이언 고든이 11승3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하면서 선발진 두 자리를 책임졌다. 장원삼(17승)과 배영수(12승)도 10승 이상을 거두면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대로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삼성은 시즌이 끝난 뒤 탈보트와 고든을 모두 포기했다.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앤디 밴 헤켄(27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리를 합작한 콤비 대신 삼성은 릭 밴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를 영입해 새롭게 선발진을 꾸렸다.
둘 다 메이저리그 유망주 출신인 젊은 투수들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로드리게스를 퇴출하고, 에스마일린 카리대를 데려왔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3경기 5⅓이닝 만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밴덴헐크가 후반기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류중일 감독의 속이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삼성은 119경기를 치른 23일까지 70승2무47패, 2위 LG에 0.5경기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23일 한화를 꺾으면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했다.
▲선발로만 42승 합작한 토종 선발진의 힘토종 선발들의 눈부신 호투 덕분이었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배영수가 14승으로 다승 선두에 올라있고, 홀수해 징크스에 시달렸던 장원삼도 12승을 챙겼다. 또 윤성환(11승)도 2년 만에 10승 투수 반열에 합류했고, 팀 사정으로 선발과 불펜을 오간 차우찬도 10승(선발 5승)을 거뒀다. 10승 이상 거둔 투수 총 17명 중에 삼성이 가장 많은 4명을 배출했다.
팀 통산 여섯 번째 기록이다. 1993년에는 김태한, 박충식, 김상엽, 성준, 1999년에는 노장진, 임창용, 김상진, 김진웅, 2001년에는 임창용, 배영수, 김진웅, 갈베스, 2002년에는 임창용, 엘비라, 노장진, 김현욱, 2012년에는 장원삼, 탈보트, 배영수, 고든이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특히 토종 선수 4명이 한 시즌에 10승 이상을 거둔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용병 투수들의 부진으로 속이 탔던 류중일 감독도 토종 선발의 역투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흔히 말하는 용병 원투 펀치를 떼고도 선두를 질주하는 삼성의 힘은 바로 토종 선발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