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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소폭 상승하다 또 뒷걸음질

 

결혼 4년 차 이모(36·서울 종로구)씨와 김모(32)씨 부부는 주말이면 육아용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연예인 자녀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인터넷에서 따로 사진을 찾아볼 정도.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다.
 
"언젠가 한 명 낳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엄두가 안나는 것이 현실이에요. 직장에서도 임신했다고 하면 눈치를 받는게 현실이거든요. 육아휴직도 길게 못 할텐데 갓난아기를 누가 키울지도 문제고, 돈도 많이 들고요. 솔직히 삶이 망가질까 두려워요."
 
직장인 정모(33·경기도 분당)씨는 2년 전 첫 아이를 낳은 뒤 둘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정씨는 둘째 임신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 둘 각오를 해야 한다.아이를 위해서라도 둘째를 갖고 싶지만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워 계획을 미루고 있다. "그냥 한 명으로 만족해야 하나 싶다"는 심씨는 "아이 키우기 참 힘든 나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아기 울음 소리가 다시 줄고 있다. 정부가 출산율이 회복하고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지 불과 몇개월 뒤 암울한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해 1.3명 가까이 회복했던 출산율은 올 들어 다시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지난달 25일 인구동향 발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출생아 수는 33만 6900명으로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흑룡해를 맞아 출산율이 반짝 높아졌던 지난해 36만 9771명과 비교하면 1년 새 8.9%나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초 지난해 출산율이 1.3명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육아휴직제도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 됐다"고 홍보성 해석을 달았다. 그런데 혼인건수 증가로 인한 반짝 상승세에 자화자찬하던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출산율은 지난 2005년 1.08명으로 바닥을 친 이후 2009년 1.15명, 2010년 1.23명, 2011년 1.24명, 2012년 1.29명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올 들어 다시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올해 상황이 좋지 않다. 연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이같은 추세로 간다면 4년 전처럼 1.1명대로 떨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암울한 예측을 내놨다.
 
0~5세 무상보육, 출산장려금 등 다양한 정부 대책이 나오는데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통계청은 최근 1년간 혼인 건수가 감소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 과장은 "결혼을 안하고 싱글로 살아가는 이른바 생애 미혼이 증가하고 있다"며 "혼인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출산율도 자연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2010년 태어난 아이들의 혼인상태 생명표를 보면 남자 5명 중 1명, 여자는 6~7명 중 1명이 일생동안 결혼을 안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이른바 '에코 베이비붐 세대'라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의 혼인 및 출산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원 과장은 "1979년도부터 1983년도까지를 에코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하는데, 이들이 활발하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시간대가 점차 지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김두석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출산율이 잠깐 올라간 것일 뿐 대한민국 사회에서 초저출산 현상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적, 사회적 여건으로 봤을 때 이같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율은 총체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단기적 대책을 내놓아도 반영되기 쉽지 않다"며 "노인 복지에 신경쓰는 만큼 청년층 복지에 지원을 쏟아붓지 않으면 출산율 반등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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