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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부검' 통해 "자살 공무원 유족에 보상금 지급해야"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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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심리적 부검' 실시...우리 재판절차에서 최초 실시

 

법원이 '심리적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공무원의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심리적 부검'이란 자살자의 주변 사람들과의 인터뷰나 유서 등 자료를 수집해 자살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우리 재판절차에서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6년부터 세무공무원으로 일해 온 김모씨는 2008년 10월부터 부산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계장으로 근무했다. 김씨는 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금탈루를 돕는 '자료상'을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2009년부터는 자료상 조사 및 분석을 전담하는 심리분석전담반의 반장을 맡았다. 김씨는 부하직원들의 실무도 도맡아 처리해야 할 정도의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계속 인력보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무렵부터 김씨는 식욕이 줄고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부인과 지인들에게 "일이 2배로 많아졌는데 직원을 충원해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 사직하고 싶다. 죽고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 해 11월 김씨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김씨의 호주머니에서는 "내 죽음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을 확실히 밝힌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부인 심모(45·여)씨는 2010년 "남편이 공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려 자살했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심씨는 법원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하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9부(박형남 부장판사)는 김씨의 부인 심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지급 부결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자살 원인을 상세히 살펴보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감정인으로 선정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했다. 감정의는 김씨의 자살에 관련한 서류 이외에도 부인과 자녀, 지인 등을 상대로 10여시간동안 면담을 실시했다.

전문의는 과중한 업무·불합리한 조직개편·승진좌절로 인한 실망감 등을 우울증의 이유로 들며 개인적인 자살 사유는 없었다는 취지의 감정의견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신문 등 절차를 통해 이 결과가 신뢰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그간의 방식으로는 자살원인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심리적 부검'의 방식을 재판에 도입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간 '심리적 부검'의 개념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널리 사용되지 않았지만, 자살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 심리적 부검 감정을 시행할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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