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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8,000억 부당 대출 법인 인감 '알바생'이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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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최소한의 여신 관리 안 해

자료사진 (송은석기자)

 

대출 사기 사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8,000억 원이 5년간 아무도 모르게 대출될 수 있었던 것은 KT ENS가 법인 인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데다 은행들도 여신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허위매출채권 양도승낙서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 KT ENS 법인 인감은 정식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보관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됐다.

◈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법인 인감 방치

KT ENS 협력업체들은 휴대폰 관련 기기들을 납품하지 않으면서도 허위 매출채권을 일으켜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는 수법으로 1조 8,335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물품 구매 기업인 KT ENS 부장 김 모(51.구속) 씨는 허위로 매출채권 양도승낙서를 만들고 여기에 법인 인감을 직접 찍었다.

문제는 통신 대기업인 KT의 자회사 KT ENS의 법인 인감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됐다는 것.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법인 도장의 관리가 허술한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를 이용해 허위 문서에 법인 인감을 찍었다.

대출 사기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KT ENS 측은 "인감은 항상 금고에 넣고, 퇴근 이후에는 금고 열쇠를 집에 가져가는 등 철저히 관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KT ENS 인감 관리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등을 상대로 "필요한 직원들이 자유롭게 법인 인감을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정직원이 아닌 일반 아르바이트생도 "누구나 법인 인감을 사용할 수 있게 책상 위나 서랍에 넣고 다니라"고 업무 인수인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조 원에 육박하는 불법 대출에 이용된 법인 인감이 아무 감시도 없이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얘기다.

수천억원 대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협력업체 엔에스쏘울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송은석기자

 

◈ 최소한의 여신 관리 안 한 은행들의 직무유기

1조 8,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대출해 준 KB국민과 하나, 농협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김 씨의 허위 서류를 철석같이 믿었다.

담보대출을 받아낸 KT ENS 협력업체들이 세금계산서와 물품발주서, 물품납품확인서를 위조해 제출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부실한 여신 관리가 5년간 화를 키운 셈이다.

경찰 관계자도 "은행 관계자가 범죄에 가담한 정황은 아직 포착하지 못했지만, 여신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은 분명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 관계자는 "세금계산서 한 장에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50억 원까지 찍혀 있었고 이런 세금계산서가 수백 장이었지만, 금융기관들은 해당 서류가 세무서에 제대로 신고됐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몰래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 사기 대출을 공모한 KT ENS 부장 김 씨의 소속도 휴대전화 단말기를 취급하는 부서가 아니었지만, 이것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KT ENS에서 휴대폰 물품을 구입하는 부서는 모바일사업팀이었고 김 씨는 시스템영업개발부였다.

김 씨가 위조한 서류도 부서 간 형식이 달라 쉽게 알아챌 수 있었지만, 은행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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