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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머리 하며 애교부리던 딸...내겐 너무 과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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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센터 상담사가 전하는 희생자 가족들의 사연

 

안산 트라우마센터 상담사들은 단원고 희생 가족들을 방문하면서 애절한 사연을 접하며 함께 슬픔을 공유하고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둔 상담사들도 많아 엄마의 심정으로 사연을 듣다보면 어느새 감정이 물들어 주체할 수 없이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상담사들끼리도 자체적으로 심리 치유를 받고 있다.

맞벌이로 힘든 부모님을 위해 삐삐머리를 하며 애교를 부리던 딸아이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사연은 상담사 김모(42)씨도 잊지 못한다. 김씨는 단원고 아이들과 동갑인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3,4개월전에 엄마 아빠 힘들까봐 언니랑 같이 삐삐머리를 하고 애교를 부리면서 동영상을 찍었더라구요. 엄마 아빠 사랑한다면서. 영상으로 보여주시는데 너무 안타까웠어요"

늦게까지 일 하는 엄마를 위해 교복을 직접 빨아 다려입는 것은 물론 저녁밥상도 차려주던 기특한 딸.

공부도 잘해 뭐 하나 나무랄데 없는 딸이었기에 "솔직히 우리 부부에게 오기에는 너무 과분한 아이였다"고 어머니는 털어놨다.

"아이와 함께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너무 좋아하셔요. 저희한테 아이 자랑하고 싶어서 성적표도 다 보여주시는데 공부도 참 잘했더라구요. 항상 아이한테 '누구야 사랑한다'는 말을 달고 사셨데요. 그렇게 행복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지는게....."

김씨는 "오히려 단합이 잘됐던 가족들을 만날때가 더 가슴이 메어진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떠나기 전날 새 옷을 샀다며 좋아하던 딸 아이가 정작 허름한 옷을 입은채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우는 어머니를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행 가기 전날에 인터넷으로 옷을 샀다면서 '엄마 이쁘지' 하면서 자랑하더래요. 평소에는 많이 못사주니까 미안한 마음에 '잘했네' 칭찬해줬는데 막상 아이가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옷을 안 입고 허름한 옷을 입었더래요. 왜 좋아하는 옷을 사놓고 그런 모습으로 올라왔냐고 너무나 울면서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가족들은 저 세상에서라도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에 새 옷, 새 신발을 사서 아이의 침대맡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윤창원 기자)

 

상담사들은 가족들이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슬픔을 표출하게 하면서도 그 아이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순간도 함께 떠올리도록 권한다.

"목숨을 내줘도 아깝지 않은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기억을 지울 수 있겠어요. 하지만 슬픔을 느끼다가도 때로는 아이와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스스로 감정을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게 말하자면 감정에도 굳은살을 베기게 하는 거죠"

가족들 중에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슬픔의 감정까지도 회피하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슬픈 감정을 억누루지 않고 충분히 애도의 기간을 가지는 것도 다음 단계의 감정으로 넘어가는 치유의 한 방식이다"고 상담 전문가는 말한다.

하지만 "내 새끼도 지키지 못했는데 나 살겠다고 무슨 상담이냐"며 죄책감에 상담 자체를 거부하거나 "우리 아이들 다 못찾았다. 실종된 애들까지 다 찾고 하겠다"며 한없이 미루는 가족들도 많다.

정신의학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사고 발생 한달을 전후해 심리 상담이나 의료적 개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상담사들은 굳게 마음을 닫은 가족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안부를 묻고 통화나 만남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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