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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겠다"던 문창극, 하루만에 자진사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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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담…조부 항일운동 밝혀져 친일파 오명 해소에 도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지난 10일 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 14일만의 일이다.

문창극 후보자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약 14분에 걸친 장문의 원고를 낭독한 뒤 말미에 총리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문 전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논란에 시달려왔다. 총리 후보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언론인 출신이었던 데다 그가 과거에 중앙일보에 쓴 칼럼의 내용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극우적이었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11일 밤에 KBS에 보도된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온누리교회 강연 내용과 12일 아침 CBS노컷뉴스에 보도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필요없다'는 서울대 강연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섰고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 불가피론이 급속이 확산됐다.

하지만 문 전 후보는 자진사퇴를 거부한 채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고,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 기간에 '귀국해서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사실상의 불신임 의사를 밝혔음에도 버티기에 들어갔다.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자진사퇴하지 않겠냐는 예측을 했지만 박 대통령 귀국 이틀뒤인 23일에도 "제 할일을 열심히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해 청와대의 속을 태웠다.

이랬던 문 전 후보자가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한 것은 그의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박 대통령을 도와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총리 후보로 지명해 놓고 내정을 철회하기도 그렇다고 임명동의안에 재가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박 대통령에게 출구를 열어 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국정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부담을 박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 전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 들을 수 있는 분도 그 분 이시다"며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 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자리에 서 봤자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고, 추가로 이런 저런 문제들이 나올 경우 상처투성이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 전 후보자는 자신의 교회 강연 내용이 보도되면서 졸지에 친일파로 몰리게 된 상황에 대해 억울하며 청문회에서 반드시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랬던 문 전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이날 자진사퇴 회견을 하게 된 데는 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문 전 후보자 자신도 친일파 오명을 어느 정도 벗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 전 후보자는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제 가족 이야기를 해드렸다. 검증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보았다"고 조부의 독립운동 사실을 알게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는 문 전 후보자가 개인의 명예를 지키면서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여는 데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까지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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